실적 만족 말고 새시장 개척 강조
취임 이후 사업구조 재편 최우선
인공지능·로봇 활용 첨단 조선소
미래선박 새 동력원 SMR 활용
데이터센터 발전사업까지 확장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17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 정 회장의 경영을 관통한 화두는 호황 이후의 경쟁력이었다. 조선업 호황으로 실적이 늘고 일감이 쌓이는 시기에 계열사 통합과 인공지능(AI)·로봇을 활용한 제조 혁신에 나섰다. 선박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서 나아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데이터센터 발전설비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다음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HD현대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그룹사 경영진에게 당장의 실적에 만족하지 말고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력 사업의 체질을 개선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고 주문했다. 올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87% 증가한 6조959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6조966억원)을 넘어선 시점이었다. 과거 호황기에 안주하다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취임 이후 먼저 손댄 것은 사업 구조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통합한 HD건설기계를 출범시켰다. 조선 부문은 설비·기술·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함정과 특수목적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건설기계 부문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산 현장에서는 AI와 로봇을 활용한 '미래 첨단 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상 조선소에서 설계부터 생산·유지보수까지 미리 시험해 작업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HD현대는 구축을 마치면 생산성이 30% 높아지고 선박 건조 기간은 30%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페르소나 AI와 조선소용 용접 휴머노이드를 공동 개발하고, 국내 에이딘로보틱스 지분을 인수하는 등 로봇 기술 확보도 병행했다.
미래 선박의 동력원 확보에도 나섰다. SMR 분야에서는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주요 설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며, 정 회장이 빌 게이츠 창업자를 직접 만나 상용화 방안을 논의했다. 해운산업의 탈탄소화에 대응할 수소연료전지와 수소 운반·저장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오프닝 2026(Opening 2026)’에서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형식적인 시무식 대신 임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는 수평적 소통의 장을 열었고, 울산 조선소부터 베트남 현지 사업장에 이르기까지 발로 뛰며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HD현대
원본보기 아이콘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도 새 시장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4행정 중속엔진 '힘센엔진'을 앞세워 데이터센터용 분산 전력 공급 설비로 사업을 확장했다. 선박용 엔진 기술과 그룹의 전력 인프라 역량을 결합해 수요처를 넓히는 전략이다.
해외에서는 베트남·필리핀 거점의 생산능력을 늘리고, 인도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회동하며 신규 조선소 건립을 추진했다. 미국에서는 안두릴·키윗 등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무인수상정,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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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취임 첫해가 사업 재편과 투자 방향을 잡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라며 "새 기술이 현장에 얼마나 빨리 정착하고 신사업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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