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부동산 거물 칼럼에 비판 확산
이튿날엔 미혼 대상 독신세 주장도
전문가들은 주거·양육비 부담 지목
홍콩의 한 부동산 그룹 창업자가 저출생 대책으로 불량 콘돔을 일정 비율 유통하게 하자고 주장해 비판받고 있다.
"피임은 '하늘의 도리' 위배"…독신세 징수 주장도
15일 홍콩 매체 홍콩01 등에 따르면 중위안그룹 창업자 스융칭은 지난 9일 자신이 창간한 무가지 'am730'에 한 칼럼을 실었다. 그는 칼럼에서 "콘돔의 등장이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며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콘돔 회사가 시장에 내놓는 제품 중 일정 비율을 불량품으로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위안그룹은 지난 1978년 설립된 부동산 중개업체로, 홍콩과 중국 본토 등 30여개 도시에 2000여개 지점을 둔 재벌 그룹이다.
그가 제안한 방식은 정부가 콘돔 공장의 불량품 비율을 정하는 것이다. 구멍 난 콘돔을 쓴 여성이 임신하게 되면, 정부가 이 비율을 조정해 지역별 출산율을 관리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는 출산율 대책이 경제적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런 주장의 바탕에는 피임이 '하늘의 도리'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스융칭은 "성관계를 통해 쾌감이라는 포상만 가져가고 책임은 회피하며 '번식'이라는 최종 목적을 완수하지 않고 있다"며 "콘돔이 발명된 후 사람들은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으로 성관계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안이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큰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대대손손 이어 온 대가 끊기는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면, 향후 인류가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극단적인 대책마저 마다하지 않을 날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스융칭은 이튿날에도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 제기되는 '미혼·비혼·비출산자에게 독신세를 징수해 출산기금으로 쓰자'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며 "자녀를 2명 낳을 때까지 강제로 돈을 징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2021년에도 "청년들이 자녀 2명을 낳은 뒤부터 피임 제품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출생아 첫 3만 명 붕괴…전문가는 주거·양육비 지목
해당 칼럼이 공개된 뒤 저출생의 원인을 잘못짚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출산을 막는 것은 콘돔이 아니라 높은 집값과 좁은 주거 공간"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중국 본토로도 번졌다. 지난 11일 이 주장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인기 검색어에 오르며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홍콩 통계처에 따르면 2025년 중순부터 2026년 중순까지 1년간 홍콩의 출생아 수는 2만 9700명으로 집계됐다. 출생아 수가 3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60년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연간 출생 등록 건수로 보면 지난해 3만 1714건으로, 10년 전인 지난 2015년(6만 803건)의 절반 수준까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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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저출생의 원인을 주거와 양육 부담에서 찾는다. 예자오후이 홍콩대 사회복지·사회행정학과 석좌교수는 지난해 홍콩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5 이하로 떨어졌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분위기, 높은 양육비, 좁은 주거 환경, 치열한 교육 경쟁이 홍콩인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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