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사망자 확진진단 없어 원인 병원체 확인 불가
국내 유입 가능성 '낮음'…진단·치료 역량 점검 필요

러시아의 한 페스트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이 원인불명의 폐렴으로 사망하면서 페스트 감염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내 유입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데다 고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실험실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생물안전 관리와 국내 진단·치료 역량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Why&Next]"러 페스트 의심 사망…고위험 병원체 생물안전 관리 짚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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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지난 12일 상황점검 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국내 종합위험도를 '낮음'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7일 실시한 신속위험평가에서도 국내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음', 국내 유입 시 영향력은 '낮음'으로 평가했다.

대신 질병청은 러시아 방문·체류 이력이 있는 입국자 가운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위험도가 높아지면 러시아를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추가 검역 조치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즉시 이송해 격리 치료하고, 치료에 필요한 항생제도 이미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질병발생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사망자와 접촉자를 대상으로 페스트를 비롯한 여러 병원체 검사를 실시했지만 검사 대상 고위험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접촉자 가운데 추가적인 중증 폐렴 환자도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당국은 두 차례의 독립적인 조사에서 실험실 생물안전·생물보안 사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HO는 사망자의 확진 진단이 없다는 점을 핵심적인 불확실성으로 꼽고 있다. 사망 원인이 된 병원체가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실험실 관련 노출 가능성을 현 단계에선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접촉자 관찰 기간이 사망 원인으로 가능한 모든 질환을 배제하기에 충분했는지도 WHO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여행이나 교역 제한도 권고하지 않았다.


질병청에 따르면 페스트는 과거에 사라진 감염병이 아니다. 마다가스카르와 콩고민주공화국, 몽골 등에서는 지금도 환자가 발생한다. 감염 형태에 따라 전파 경로도 달라 림프절 페스트는 주로 감염된 벼룩이나 동물과의 접촉으로 발생하지만, 폐렴형 페스트(폐 페스트)는 감염자의 호흡기 비말을 통해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 폐 페스트는 치료가 늦으면 치명률이 높지만 조기에 진단하면 항생제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페스트 확산의 신호로 해석하기보다 고위험 병원체를 취급하는 시설의 안전 관리와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관수 성균관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의학연구소장)는 "이번 사건의 원인이 페스트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페스트 감염은 매년 내몽골에서 몇 건씩 발생하고 미국에서도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에 페스트가 유입됐다고 알려진 것은 아주 오래전이라 만약 유입되더라도 이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할 의료진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당국이 페스트 증상과 의료진의 대처 방법을 공지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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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보건학협동과정 교수는 "고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실험실에서 연구자가 감염되는 사고는 드물지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며 "실제 상황에서 의료진이 의심 증상을 알아채고 적절한 검사와 치료로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접촉자 추적과 조기 대응, 치료 역량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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