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렁쇠·손기정 질주' 韓스포츠 100년 담았다…국립스포츠박물관 개관
국내 첫 스포츠 분야 국립박물관…7만점 소장
수장고·옥상정원에 전시·교육·연구 기능 갖춰
"우리는 목청이 큰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잖아. 소음이나 폭탄 터지는 소리보다는 정적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보여주려 했지."
고(故) 이어령 문화부 장관은 1988 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당시 잠원초 1학년 윤태웅군이 굴렁쇠를 굴린 퍼포먼스 '정적'을 넣었던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18년 서울올림픽 3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쎄울! 꼬레아! 꺼지지 않는 불꽃'과의 인터뷰에서였다. 이어령 장관은 1988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았다.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개관한 국립스포츠박물관에서는 당시 윤태웅군이 굴렸던 굴렁쇠를 직접 볼 수 있다. 윤태웅씨가 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기증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레슬링)를 비롯해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유도), 사상 최초로 레슬링 두 체급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심권호(레슬링), 장미란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역도)도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을 기증했다.
남인순 국회 부의장,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이 15일 서울 송파구 국립스포츠박물관에서 1988 서울올핌픽 개회식 굴렁쇠 소년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스포츠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스포츠 분야 국립박물관이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역사를 기록하고 국내외에 흩어진 스포츠유산을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해 전시·교육·연구에 활용하기 위한 스포츠유산 거점 공간이다. 박물관은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됐다.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관, 수장고, 옥상정원을 갖췄으며 기존 서울올림픽기념관도 새로 단장해 어린이박물관과 스포츠 전문도서관, 교육·체험 공간 등을 마련했다.
고(故) 손기정옹의 1936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 영상도 만날 수 있다. 독일 영화감독 레니 리펜슈탈이 베를린올림픽을 기록한 영화 '올림피아'에 담긴 영상이다. 리펜슈탈은 히틀러와 나치 정권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대회를 촬영했다. 영상에는 손기정이 베를린 시내를 달려 올림픽 주경기장에 가장 먼저 들어와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동메달을 딴 남승룡의 질주와 두 선수가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올림피아'는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혁신적인 영상미로 담았다는 평가와 함께 나치 독일의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는 선전물로 활용됐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안겼던 스포츠 영웅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영상이다.
국립스포츠박물관은 현재 약 7만점의 스포츠 관련 자료를 수집·소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88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며 이탈리아, 독일,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메가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경기력에서도 1988 서울올림픽 종합 4위, 2012 런던올림픽과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종합 5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위상에 비하면 국립스포츠박물관 건립이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3년 국회에서 국립체육박물관 건립 논의가 시작되고 2015년 예산 편성과 총사업비가 확정됐지만 개관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코로나19에 이어 공사 초기 문화재가 발굴되면서 건축 설계를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등이 15일 서울 송파구 국립스포츠박물관에서 열린 개관식 행사에 참석해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원본보기 아이콘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개관 기념식에서 "우리 국민은 나라를 빼앗겼을 때에도 스포츠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냈다"며 "또 88올림픽·패럴림픽 등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스포츠를 통해 우리 국민의 뛰어난 역량을 세계 무대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스포츠박물관은 우리 스포츠의 기록과 유산이 국가 차원에서 보존되고 그 가치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스포츠유산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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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스포츠박물관 운영을 맡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하형주 이사장은 "올림픽공원과 그 안팎의 체육·문화시설은 국민의 삶과 함께해온 소중한 국가 자산이자 88서울올림픽의 유산"이라며 "다음 세대에도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무거운 사명감을 가지고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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