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 촬영 위주 사진관 폐업 수순
수중 촬영 등 이색 스튜디오로 개편
"기획력·공간 연출력이 생존 열쇠"

"공주님. 드레스 살짝 들고 웃어주세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스튜디오. 입구에 들어서자 경쾌한 테마파크 음악이 흘러나오고 벽면에는 형형색색의 드레스가 빽빽하게 걸려 있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드레스를 고르고 '공주님' '여왕님'이라 불리며 사진 촬영 과정 자체를 즐긴다. 2018년부터 이곳을 운영해 온 대표 양철호씨(42)는 "사진이라는 최종 상품을 팔지만 궁극적으로는 공주가 되는 경험을 판매한다"며 "단순한 사진관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컨셉 스튜디오. 이곳은 손님들이 드레스를 입고 공주가 되는 경험을 판매하는 체험형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컨셉 스튜디오. 이곳은 손님들이 드레스를 입고 공주가 되는 경험을 판매하는 체험형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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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사진관 업계의 지형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AI 보정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사진 보정, 프롬프트 기반의 AI 증명사진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사진을 찍고 보정해 인화하는 기존 사진관의 기능적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명맥을 이어오던 동네 사진관들이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사이 경험을 소비하는 스튜디오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16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 사진촬영업 사업자 수는 2만2353명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생네컷' 등 셀프 사진관 점포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즉석 사진 촬영기 운영업 과세표준(매출)은 3196억원으로 4년 전(1344억원) 대비 2.4배 증가했다.

1984년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해온 황수연씨(67)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관 벽면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빼곡했다. 박재현 기자

1984년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해온 황수연씨(67)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관 벽면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빼곡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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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네마다 하나씩 자리했던 사진관은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전국 사진촬영업 폐업자 수는 2024년 2104곳에서 지난해 2159곳으로 2.6% 증가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황수연씨(67)는 "과거 여의도 일대에 57곳에 달했던 사진관이 지금은 5~6곳 남았다"며 "증명·여권 사진 손님이 과거 대비 30~40% 줄어 현재는 기업 행사나 방송 소품용 촬영 등 계약 건 중심으로 겨우 인력을 유지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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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진관이 사라진 자리는 이색 경험과 디렉팅을 내세운 신흥 스튜디오들이 채우고 있다. 증명사진 촬영, 모바일 사진 인화 작업 등 수요가 줄어든 대신 키링용 미니 사진, 수중 촬영 전문 등 이색 콘텐츠를 내세운 스튜디오가 관심을 끌고 있다. 맞춤형 콘셉트 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보라씨(32)는 "손님들이 직접 의상과 소품을 준비해 오고 촬영 현장에서 각자 역할을 해내는 일종의 역할극이나 연기처럼 촬영을 즐기신다"며 "정해진 자세로 가만히 서서 결과물만 얻는 것이 아니라 함께 포즈를 고민하고 웃으며 협동하는 시간 자체가 사진에 함께 남는다"고 말했다.

키링용 미니 사진, 수중 촬영 등 이색 콘텐츠를 내세운 스튜디오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키링용 미니 사진, 수중 촬영 등 이색 콘텐츠를 내세운 스튜디오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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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AI의 보급으로 사진관 업계의 트렌드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단순 촬영 능력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며 "기술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얼마나 잘 조화시켜 기획하느냐가 오프라인 사진관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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