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에 부채 평가액 감소
금리 하락 땐 자본감소 가능
"장기채로 충격 완화를"

회사가 적자를 냈는데 순자산은 수천억원 늘었습니다.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하기로 한 롯데손해보험 이야기입니다. 돈을 벌지 못했는데 어떻게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늘어났을까요.

[M&A알쓸신잡]적자 났는데 순자산 3000억 늘었다…롯데손보 인수가격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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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는 보험료를 채권 등에 투자하고, 고객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면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보유 채권 가격이 떨어지지만, 미래 보험금을 현재 가치로 계산한 부채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번 M&A알쓸신잡에선 인수 후 시너지 효과와는 별도로, 금리에 따라 달라지는 순자산이 인수가격 평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싸게 잘 샀나…같은 인수가격에도 금리 따라 평가 달라져

신한금융은 지난 13일 롯데손보 지분 77.04%를 69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금융당국 인허가 등을 거쳐 잔여 지분을 확보하고 신한EZ손해보험과 통합할 계획입니다.


롯데손보의 올해 6월 말 순자산은 9935억원입니다. 인수가격을 지분 100%로 환산하면 약 9000억원입니다.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인수가격에 적용하면 약 0.9배가 나오죠. 경영권까지 확보하면서 장부상 순자산보다 낮은 값을 지불하는 셈입니다. 같은 인수가격을 지난해 말 순자산 6135억원과 비교하면 PBR은 약 1.47배입니다. 인수가격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비교 기준인 순자산이 늘면서 PBR이 낮아진 셈입니다.

정작 올해 상반기 롯데손보는 185억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순자산이 늘어난 데 대해 "장기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부채 평가이익 증가가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업으로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금리 변화로 장부상 부채의 평가금액이 줄면서 순자산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평가 변동이 반영되는 자본 항목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개선되면서 순손실에도 순자산은 증가했습니다.


금리가 올랐는데 왜 부채가 줄어들까요. 10년 뒤 지급할 100만원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연 3% 복리로 운용한다면 지금 약 74만원이 필요하지만, 연 5%라면 약 61만원이면 됩니다. 이자가 더 많이 붙으니 지금 준비할 돈은 적어도 되는 것입니다. 보험부채도 이런 할인 원리로 계산하므로 미래 지급액이 같아도 적용 금리가 높아지면 현재 가치는 줄어듭니다.

새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주면 기존 고정금리 채권은 가격이 내려가고, 보험사가 가진 채권 평가액도 줄어듭니다. 다만 부채 감소액이 자산 감소액보다 크면 적자를 내면서도 순자산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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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리면 부채 증가…장기채로 충격 줄이기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오르지만, 보험부채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때 부채 증가액이 자산 증가액보다 크면 순자산은 다시 줄어듭니다.


그래서 자산·부채관리(ALM)가 중요합니다. ALM은 보험금을 지급할 돈을 마련하고, 금리 변화에 자본이 크게 줄지 않도록 자산과 부채를 함께 관리하는 일입니다. 투자금 회수와 보험금 지급 시기를 살피고, 금리 변화에 자산·부채 평가액이 얼마나 바뀌는지도 따집니다. 이때 가치의 금리 민감도를 나타내는 것이 '듀레이션'입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만기가 긴 고정금리 채권일수록 금리에 가격이 크게 반응합니다. 보험부채와 비교해 자산의 금리 민감도가 낮은 회사는 장기채를 사서 이 차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내려 보험부채가 늘어날 때 장기채 가격도 크게 올라 부채 증가분을 상쇄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의 영향을 설명한 최근 보고서에서 "ALM이 잘 이뤄진 보험회사에서는 채권 평가액 감소와 유사한 규모로 부채 평가액 감소가 발생한다"며 "최종적으로 자본 변동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수 후 관리가 중요"

강 연구원은 롯데손보 인수 이후 과제에 대해 "향후 대규모 장기채권 매입을 통해 듀레이션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인수와 장기채권 매입이 종료되기 전까지 금리가 잘 유지돼야만 PBR 지표가 의미를 갖는다"고 짚었습니다. 자산 구성을 조정하기 전에 금리가 내려 순자산이 줄면, 지금의 '순자산 대비 0.9배'라는 계산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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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측도 컨퍼런스콜에서 금리 변동 등에 따라 거래 종료 시점의 PBR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현재처럼 금리가 오른 상태에서 연말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현시점의 순자산을 기준으로 계약했다고 밝혔습니다.


신한금융은 인수 후 이익 개선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한 측은 전체 지분 인수대금과 증자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가정 아래, 3년 이내 그룹 손익에 1200억원 이상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롯데손보 정상화와 신한EZ손보 손실 축소, 연결 회계상 효과 등을 고려한 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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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험사를 싸게 샀는지 판단하려면 금리가 내려도 순자산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인수 후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 살펴야 합니다. 신한이 롯데손보의 투자자산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영업 실적과 함께 지켜볼 대목입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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