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대통령 기자회견이 결정적 계기
"전적으로 제 불찰"
"왜 대통령 지켜야 할 때 나가느냐는 말 아팠다"
499일 보좌한 李에 "탁월한 행정가이자 좋은 분"

"모시는 분의 입에서 부족했다, 송구하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습니다."


강훈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이재명 대통령의 사과를 지켜봐야 했던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이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였다고 털어놨다. 잇따른 인사 검증 논란과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면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도 드러냈다. 지난달 21일 사의를 표명한 지 24일 만에 사직서가 정식 수리되면서 499일간의 청와대 생활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한 뒤 포옹하고 있다. 2026.10.15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한 뒤 포옹하고 있다. 2026.10.1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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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녕하세요, 강훈식입니다. 이름 앞에 따라붙는 직함이 없는 것이 퍽 오래간만입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사퇴를 결심한 배경과 퇴임 소회를 밝혔다. 그는 "고민을 시작한 지는 꽤 되었다"며 "무엇 하나 제 탓이 아닌 게 없는 것 같아 괴로운 밤이 많았다. 대체로 사실일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괴로웠던 순간으로는 이 대통령의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꼽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정 지지율 하락과 민생·개혁·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강 전 실장은 "가장 괴로웠던 날은 대통령님의 기자회견 날이었다"며 "비서실의 장으로서 대통령께서 사과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했다.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했다.

이어 "잠 못 이루는 주말을 보내고 대통령께 사의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주말 동안 고심을 거듭한 끝에 21일 사의를 표명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강 전 실장은 용혜인·김승원 장관 후보자 등과 관련한 인사 검증 실패 책임론에 직면해 있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만큼 인사 파동의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 전 실장은 사의 표명 이후 쏟아진 비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후의 여론도 빠짐없이 듣고 보았다"며 "사실과 다른 부분은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터이고, 대부분의 비판은 수긍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을 더욱 단단히 보좌해야 할 시점에 물러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에는 고통스러운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을 더욱 단단히 지켜야 할 때 왜 나가느냐는 말씀은 많이 아팠다"며 "죄송하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 전 실장은 이날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하며 사실상 마지막 공식 업무를 마친 데 이어 이날 퇴임 절차까지 마무리된 것이다. 그는 "만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갈 줄로만 알았는데,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만 거듭 든다"며 정치적 성장 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충남 아산 주민들과 이 대통령, 청와대 직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 대통령을 향한 신뢰와 애정의 마음도 전했다. 강 전 실장은 "대통령님은 좋은 분"이라며 "탁월한 행정가이고, 대리인임을 잊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모시는 내내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다"며 "더 보조를 맞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499일 동안 저를 움직인 가장 큰 힘이었다. 어깨너머로 배우게 해주신 세상이 무궁무진했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 역시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 전 실장에게 "황무지 벌판에서 시작된 국민주권정부를 조기에 안정시키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후임인 임광현 실장에게는 "훈식이형만큼 아니 그 이상을 해내실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다. 2026.10.15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다. 2026.10.1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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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실장은 자신의 퇴임이 청와대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는 제 개인의 거취와 관계없이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대오를 유지할 것"이라며 "새로운 비서실장님과 제가 만나본 가장 유능한 참모들이 든든히 버틸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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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실장은 499일간의 공직 생활을 돌아보며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조급했던 지난날도 돌아본다"며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들, 더 깊이 살폈어야 했던 일들을 오래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온전히, 빈틈없이 감사했다. 언젠가 또 인사 올리겠다"며 글을 맺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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