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AI에서 피지컬 AI까지
온톨로지가 기업 경쟁력 정할 것

박영선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 /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영선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 /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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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시대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작성하던 생성형 AI의 시대를 지나 이제 AI는 목표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워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Agentic) AI로 진화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로봇과 기계를 움직이는 피지컬(Physical) AI다. 디지털 공간에서 시작된 AI 혁명이 이제 제조 현장과 물류, 산업의 심장부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 앞에서 중소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바꾸는 산업에서 우리 회사는 무엇부터 바꾸고 무엇을 AI 와 연결할 것인가'이다.


첫째, 에이전틱 AI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이 처음부터 거대한 AI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는 없다. 견적서 작성, 고객 문의 대응, 재고 확인, 납기 관리, 품질 보고서 작성처럼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업무부터 시작하면 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재고를 확인하고 생산 가능 일정을 검토한 뒤 고객에게 납기안을 제시하는 업무 흐름을 AI와 연결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를 단순한 문서 작성 도구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의 시작부터 결과까지 연결하고, 사람이 매번 처리하던 반복 업무를 AI가 지원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주요 의사결정과 예외 상황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람이 맡되 업무 처리 시간과 비용, 오류가 얼마나 줄었는지 측정하며 적용 범위를 넓혀 가야 한다.


AI, 단순 문서작성 도구 아닌 연결·지원 수단으로 확장해야


둘째, AI와 공존하려면 조직도 달라져야 한다. AI 전환은 IT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다. 영업·구매·생산·물류 부서별로 데이터와 업무가 단절돼 있다면 AI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문에서 납품까지 전체 흐름을 연결해야 재고 부족과 생산 차질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대표와 현장 직원, IT 담당자가 참여하는 작은 AI 전환팀부터 시작할 수 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직원이 AI 도입의 중심에 서야 한다. 사람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품질 개선과 고객 대응,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도록 일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AI로 생성한 참고 이미지

AI로 생성한 참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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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데이터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의미를 연결하는 온톨로지(Ontology)다. AI의 성능과 관련해선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가 얼마나 정확하고 연결 가능한지도 중요하다. 엑셀 파일, 회계 시스템,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설비, 품질검사 기록 등에 흩어진 데이터를 파악하고 제품 코드와 거래처명, 설비 번호 같은 기본 기준부터 통일해야 한다.


특히 중소 제조기업이 오랫동안 축적한 불량률, 설비 정지 시간, 작업 조건, 수리 이력은 외부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경쟁력이다. 현장 직원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축적하면 특정 직원의 기억에 의존하던 문제 해결 방식을 조직 전체가 재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 접근 권한과 보안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같은 제품을 영업·생산·구매 부서가 각각 통일되지 않은 데이터로 관리한다면 AI는 이 데이터들이 같은 대상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부서마다 다른 언어로 기록된 데이터를 단순히 한 곳에 모으는 것만으로는 기업 전체를 이해하는 AI를 만들 수 없다.


개념·대상, 그 관계의 지식구조 지도로 AI 업무수행 능력 높일 수 있어


여기서 필요한 것이 온톨로지다. 온톨로지는 기업이 사용하는 개념과 대상, 그들 사이의 관계를 정의한 지식 구조다. 쉽게 말해 기업의 업무와 현장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디지털 지도'다. 제품과 부품, 설비, 작업자, 공급업체, 고객이 무엇이며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라인의 설비가 멈췄다고 하자. 데이터가 분리돼 있다면 AI는 설비 정지 기록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온톨로지를 통해 설비와 생산 공정, 사용 부품, 공급 업체, 과거 고장 이력, 납기 일정을 연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AI는 고장의 원인을 추적하고, 생산 차질이 어떤 주문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며, 대체 부품과 납기 조정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 데이터가 단순한 기록에서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지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에이전틱 AI의 업무 수행 능력을 높이고 피지컬 AI의 현장 판단을 뒷받침하는 토대다. 온톨로지는 거대한 데이터 플랫폼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제품 코드와 설비 번호, 불량 유형부터 통일하고 현장의 데이터가 어떤 업무와 연결되는지 정의하는 작은 작업에서 시작할 수 있다. 기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조직이 재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AI의 규모보다 이해도·문제해결력이 더 중요


넷째, 피지컬 AI는 중소기업 현장의 다음 기회다. 기존 자동화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복 작업을 수행했다면, 피지컬 AI는 카메라와 센서로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춰 행동을 조정한다. 부품 위치를 파악해 로봇이 집어 올리고, 제품의 표면 결함을 찾아내며, 설비의 진동과 온도 변화를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모든 공정을 AI로 바꿀 필요는 없다. 인력난이 심하거나 불량 비용이 크고, 반복성이 높거나 작업자의 위험 부담이 큰 공정부터 효과를 검증하면 된다. 작업자 감지와 비상정지 등 안전장치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누가 가장 큰 AI를 보유했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누가 자신의 산업과 현장을 깊이 이해하고,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며, AI를 활용해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 업무를 바꾸고, 온톨로지로 데이터를 연결하고, 피지컬 AI로 현장을 혁신하는 기업. 그 기업이 AI의 2막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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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 /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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