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회수 중 IPO 비중 더 커졌지만
증시 기준 변화에 주가 관리 중요성
"IPO 성공 기준 변화…실질 회수 점검"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맞물리면서 투자의 마침표로 여겨졌던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벤처캐피털(VC)의 셈법이 바뀌고 있다.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 출자가 늘며 벤처투자는 역대 최대로 불어났지만,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한 각종 기준 강화로 상장 이후 시장에 남아 있기는 더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상장 후 보호예수(락업)가 끝나면 지분을 팔아 출자자(LP)에게 돌려주면 됐지만, 지금은 "상장 이후 관리가 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벤처투자종합포털에 따르면 VC 회수에서 IPO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4.3%에서 올해 상반기 37.9%로 높아졌다. 하지만 실제 현금 회수는 더디다. 올해 상장한 코스닥 기업에서 주요 VC가 상장 후 120일 안에 처분한 지분 비중은 14.9%로, 최근 4년 30%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삼정KPMG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모험자본 공급과 상장 경로가 확대된 가운데 자금은 검증된 후기·전략산업에 집중되고, IPO 심사는 사업성과 실적 중심으로 정교화되며 상장 후에도 공시·주주보호·유지요건이 엄격해지고 있다"며 "IPO 성공 기준이 상장 성사에서 시장 안착과 실질 회수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장 여부보다 상장 후 시장에 남아 얼마에 팔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됐다는 얘기다.
규제 불확실성에 좁아지는 VC 출구
기술특례 상장은 VC가 초기 투자한 적자 기업을 시장에 내보내는 주요 출구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신규 상장사의 56%가 기술특례 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7년간 기술특례로 상장한 216곳 중 81.5%가 지난해 영업적자를 냈다. 7월부터는 기술특례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을 공시해야 매출 미달 등에 따른 상장폐지 유예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기술성장기업부 257곳 중 본공시를 한 곳은 7곳(2.7%)뿐이다. 삼정KPMG는 "상장 후 실적·공시·거래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보호예수가 종료돼도 VC의 지분매각뿐만 아니라 상장기업의 상장이 유지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는 시총 200억원을 30거래일 연속 밑돌면 관리종목이 되고,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생긴다. 관리종목이 되면 거래가 위축되고 주가가 눌리기 쉬워, 남은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투자자의 회수 길도 그만큼 좁아진다.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밸류업'을 내걸고 부실 종목 퇴출을 서두르면서 코스닥 시총 상장폐지 기준은 올해 초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7월엔 200억원으로 올랐고 내년 300억원 상향은 6개월 유예됐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시총 규모라는 단일 기준으로만 판단하기에는 부당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지만,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다음 날 "최소한의 기준선"이라고 맞섰다. VC업계 관계자는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에 공감하지 않는 VC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점마다 부처마다 정책 메시지가 엇갈리고, 또 언제 기준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는 명백한 투자의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말했다.
상장 이후까지 설계해야
모험자본이 늘면서 공모가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졌다. 올해 상반기 업력 7년 초과 후기 기업에 4조7000억원이 몰리면서 피투자기업당 평균 투자금액도 38억6000만원으로 지난해(30억1000만원)보다 커졌다. 투자 단가가 높아진 만큼 상장 때 공모가를 어디에 맞출지도 VC의 부담이 됐다.
지난 6일 락업이 함께 풀린 스카이랩스와 레몬헬스케어는 공모가 눈높이에 따라 상장 이후 성적이 엇갈린 사례다. 두 회사는 같은 헬스케어 분야에 공모가도 1만원으로 같았다. 이날 스카이랩스 주가는 장중 1만7430원으로 공모가보다 74% 높았다. VC 16곳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288만주(약 500억원어치)는 이날부터 매도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레몬헬스케어는 공모가의 39% 수준인 3910원에 머물러, 공모가 근처에서 투자한 기존 투자자들은 평가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스카이랩스는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3000~1만6000원) 하단은 물론 프리IPO 투자 단가(1만2681원)보다도 낮게 정했다. 기존 투자자가 단가보다 낮은 공모가를 받아들인 셈이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프리IPO 투자자도 약 1.4배 수익 구간에 들어섰다. 레몬헬스케어는 희망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다만 스카이랩스도 매도가 '가능'해졌을 뿐 회수가 끝난 것은 아니다. 288만주를 주가 충격 없이 소화할 수 있을지는 별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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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는 "상장은 회수 완료가 아니라 시장 안착과 잔여지분 관리의 시작"이라며 "기업과 VC는 상장 후 단기·중장기 사업과 성과, 수급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한편, 실질적 필수 요소인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등의 관리와 운영이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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