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튀김 만들고 남은 부산물
산패, 화재 위험에 처리 곤란해
특유의 맛에 공식 식자재로 부상
일본식 우동에는 독특한 토핑이 하나 있다. 마치 구슬처럼 동그란 튀김 부스러기다. 일본 현지에서는 우동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종류의 면, 심지어 주먹밥이나 뜨겁게 데운 두부 요리에도 이 튀김 부스러기를 뿌려 먹곤 한다.
튀김 부스러기의 공식 명칭은 텐카스로, 일본어 단어인 튀김(텐푸라·天ぷら)과 찌꺼기(카스·かす)의 합성어다. 즉 일본에서도 텐카스는 튀김을 만들고 난 찌꺼기, 내지는 부산물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 어쩌다 일본에서는 부스러기가 당당한 식자재로 자리하게 됐을까.
기름에 두른 반죽물…튀김 알갱이 텐카스의 정체
텐카스는 일본식 튀김 특유의 독특한 조리법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일본 튀김인 텐푸라는 한국 분식집 튀김과 달리 튀김옷에 공기층이 한껏 주입된 가벼운 식감으로 유명하다. 튀김 요리사들은 이런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해야 하는데, 바로 기름을 뜨겁게 달군 뒤 튀김 반죽을 살짝 흩뿌리는 것이다.
펄펄 끓는 기름에 투입된 반죽은 동그란 알갱이처럼 흩어지며 굳는데, 이것이 바로 텐카스다. 요리사들은 텐카스가 기름 위에 뜨는 것을 확인한 뒤 진짜 튀김을 튀기기 시작한다. 이때 텐카스가 튀김 주변에 엉겨 붙으면서 일본식 튀김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이 완성된다. 텐카스는 일본식 튀김을 만들 때도, 만든 뒤에도 형성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튀김을 취급하는 일본 식당에는 주방 어디서든 텐카스가 수북이 쌓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튀김 전문점 골칫덩어리에서 공식 식자재로 부상
일본은 에도 시대(17~19세기)부터 이미 튀김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텐카스도 이때 이미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고도 성장기 당시에는 튀김 가게에서 나온 텐카스를 밥에 뿌려 먹으며 공부를 했다는 고학생의 이야기가 미담처럼 전해지기도 한다.
인심 좋은 튀김 가게 주인들은 손님은 물론 가난한 이웃들에게도 텐카스를 나눠줬다고 한다. 여기에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었는데, 텐카스는 튀김옷이기 때문에 공기 중에 노출되면 금방 산패한다. 또 기름을 잔뜩 머금은 텐카스는 화재에 취약하기도 하다. 튀김집 입장에서는 부엌에 수북이 쌓인 텐카스가 골칫덩어리이기도 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텐카스는 언제부터 찌꺼기를 넘어 공식 식자재의 영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을까. 일본 텐카스 전문 제조업체 '나카가와'사의 설명에 따르면, 1990년대 초만 해도 텐카스는 튀김 집에서만 취급하는 특별한 재료였다. 업체는 홈페이지 설명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만 해도 슈퍼에서 텐카스를 살 수 없는 시대였다"며 "텐카스는 어머니가 동네 튀김 집에 갈 때 어쩌다가 얻어 오는 음식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텐카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일부 기업들이 텐카스 전문 공장을 차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일본 내에서 타코야키, 우동, 오코노미야키 등 밀가루 요리의 인기가 급격히 높아진 탓이다. 이런 음식에 이따금 별미로 올라가던 텐카스가 어느 순간 반드시 첨가해야 할 토핑으로 부상한 셈이다.
밥, 국, 두부에도 뿌려 먹어
오늘날 일본에서 텐카스는 온갖 음식에 투입된다.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시루의 토핑이 되기도 하며, 콩 요리인 낫토와 와사비, 마요네즈를 섞은 요리에 텐카스를 뿌려 먹기도 한다. 텐카스 주먹밥, 텐카스 덮밥 등 가정식의 메인을 차지하기도 하고, 데운 두부 위에 뿌려 술안주로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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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와는 텐카스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에 대해 "튀김옷이 함유한 기름이 다른 음식으로 퍼지면서 감칠맛을 주기 때문"이라며 "특히 밥과 간장에 곁들이는 텐카스가 가장 궁합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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