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 배정 물량의 두배 이상 접수
탈락 단지들, 내년 물량 두고 다시 경쟁해야
각 지자체, 국토부에 여유 물량 검토 건의
서울시도 신내·가양·등촌 등 적용 검토 중
"전월세 부족 상황…상한 정하면 사업 위축"
국토교통부가 도입한 '연간 허용 정비 물량' 제도가 정비사업의 병목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간 허용 물량은 정비사업이 한꺼번에 몰리면 인근 전·월세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종의 '쿼터제'를 적용해 정비사업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분당 등 1기 신도시 일부 정비사업이 이미 병목 현상이 나타난 데 이어 정비사업 이주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서울시가 이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어 주택공급 속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1기 신도시에는 정비구역지정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17일 경기도 군포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산본 노후계획도시 2차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정비계획 본안 신청에는 4개 구역 8300호가량이 몰렸다. 이는 올해 배정 물량 3400호의 두배가 넘는 양이다. 또 분당을 품고 있는 성남시에는 배정 물량 1만2000호의 5.5배인 50개 구역 6만6037호가 지난달 접수됐다. 안양 평촌신도시는 배정 물량이 4800호이지만 6개 구역 1만4000여호가 접수됐다. 올해 구역 지정에서 탈락한 곳들은 내년 물량을 두고 다시 경쟁해야 한다.
군포시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도 여유 물량이 나올 수 있도록 방안을 찾고 있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어 변화가 조금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분당은 신청량이 더 많다 보니 탈락한 곳들이 매년 다시 신청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며 "연초부터 국토부에 물량 제한 폐지와 권한 위임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제정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특법)의 연간 허용 물량은 정비사업이 특정 시기에 집중될 경우 대규모 이주 수요 발생에 따른 주택시장 불안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지방정부가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에 이주대책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도록 한다.
관심은 서울시가 쿼터제를 도입할지 여부에 쏠린다. 현재 서울시는 노후계획도시 지정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국토부가 서울시에 정비사업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노특법의 연간 허용 물량 기준이 핵심 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와 중랑구 신내택지개발지구와 강서구 가양·등촌 등 노특법 적용을 협의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며 "아직 컨설팅받는 중이기 때문에 연간 허용 물량까지 고민할 단계는 아니다. 지역 수요에 따라 재건축과 노특법에 의한 기본 계획 수립을 병행 추진하고 국토부 컨설팅이 완료되면 주민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간 허용 물량 산정 방식이 정비사업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특법상 연간 허용 물량은 이주 가구를 흡수할 주변 반경 10㎞ 이내 공급물량을 추정한 결과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 등으로 이주 대책으로 쓰일 주변 전·월세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이를 기준으로 인허가 상한을 정하는 쿼터제를 적용하면 정비사업 허용 물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실거주 의무 등 규제로 시장 내 전·월세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주변 공급 물량을 기준으로 상한을 정하면 이론적으로 서울의 정비사업 허용 물량은 제로(0)"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비사업을 동시에 시작해도 모든 단지가 같은 시기에 입주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호흡이 긴 마라톤처럼 각 단지가 저마다의 속도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쿼터제를 두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물량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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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지방정부가 지역별 주택수급 및 이주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효성 있는 이주 대책을 마련하는 경우 정비 물량 확대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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