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AI혁신의 역설...착시 지표의 이면을 살펴야
막대한 규모의 인공지능(AI) 개발 붐이 경제 성장세로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이나 전력망 확보, AI 서버와 최첨단 반도체 구입을 위한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수천억 달러 규모 자본지출(CapEx)은 국내총생산(GDP)의 '민간 고정자산 투자' 항목으로 합산된다. 실제 실물을 생산하거나 고용을 창출한 것은 아닌데, 지표상 수치는 화려하게 부풀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러한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최첨단 반도체 수요 폭발은 국가 전체의 수출 실적을 확대하고, 무역수지와 경제성장률 지표를 대폭 개선했다. 거시 통계만 보면 한국 경제는 세계적인 고금리와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견고하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표의 거품을 걷어내면 밑바닥 경제의 위기는 쉽게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고용시장이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2만9000명에 그쳤다. 시장 전망치는 8만4000명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 같은 고용 증가 폭의 축소가 추세적이라는 점이 더 문제다. 9월 발표에서는 지난 7~8월 고용 수치에 대한 수정이 이뤄졌는데, 두 달 합쳐 6만명에 달하는 고용 증가 폭이 허수였음이 드러났다.
한국도 통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정부는 역대 최고 고용률(8월·63.3%)을 성과로 내세우나 단기 노인 일자리가 만든 착시일 뿐이다. 게다가 호황인 반도체 업종은 취업유발계(1.86명)수가 낮다. 제조업 평균(4.85명)이나 자동차(5.41명), 서비스업(10명 이상)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직을 포기한 15~29세 '쉬었음' 인구는 46만900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기록했던 최고치를 이미 뛰어넘었다.
양국의 고용시장이 무너진 이유는 각기 다르다. 그러나 AI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에 가려 그 심각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처럼 거시 지표에 착시를 일으키고 있는 AI와 자본집약적 기술 혁명은 앞으로 고용시장을 더 팍팍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이직 지원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AI 활용을 이유로 5만5000명의 감원이 발표됐다고 집계했다. 이는 불과 2년 전 AI 관련 감원 건수의 12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올해는 AI로 인한 감원이 8만8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릴수록 청년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는 '혁신의 역설'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찾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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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잃고 소외된 청년들의 불만이 모이면 분노로 표출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중동을 흔든 '아랍의 봄'이나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화려한 거시 지표에 안도할 때가 아니다. 일하고 싶은 일자리를 늘리는 등 밑바닥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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