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공화당, 경쟁하는 법 잊었다"
텍사스 여론조사마저 공화당 후보 열세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위기감 팽배
여론 등 돌린 배경에 '켄 팩스턴' 후보 논란
민주당 탈라리코 기독교 가치 내세우며 유세
미국 공화당의 전략가로 활동 중인 레베카 트라한은 최근 휴스턴 크로니클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몸담은 당을 향해 이같이 일갈했다. 30여년간 단 한 번도 민주당에 주 전체 선거 승리를 내주지 않았던 '보수의 성지' 텍사스가 흔들리자 뼈아픈 경고를 한 것이다.
최근 텍사스에서는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 사이 세 차례나 텍사스를 찾아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설 만큼 공화당의 위기감은 고조됐다. 전 세계의 이목도 격전지가 된 텍사스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보수의 성지 텍사스…공화당이 사수해야 할 상원 1석
올해 텍사스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38년 만의 상원 의석 탈환이라는 성과를 얻게 된다. 주 전체 선출직으로 보면 32년 만의 선거 승리다. 이는 공화당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텍사스는 대선 선거인단 40명과 하원 의석 38개를 보유해 차기 대선과 연방 의회 권력을 지탱하는 최대 기반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다음 대선과 연방 의회 선거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텍사스의 민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도 좌우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이 텍사스에서 승리하면 상원 다수당을 지키려는 공화당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현재 연방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측 47석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려면 현재 의석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 최소 4석을 빼앗아야 한다. 그런데 노스캐롤라이나, 메인, 오하이오 등에서 민주당의 득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텍사스 선거를 두고 위기감이 드러난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1일 폭스뉴스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려면 텍사스는 결코 내줄 수 없는 곳"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앞서…콘크리트 지지층에 균열
그런데 보수의 심장인 텍사스의 여론은 점차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텍사스대학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지지율 50%를 기록했다. 이는 공화당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의 지지율 47%를 3%포인트 앞선 수치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8~11일 실시된 마리스트대 조사에서는 탈라리코 의원이 47%, 팩스턴 주 장관이 45%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선거분석기관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텍사스 상원 선거의 전망을 공화당 우세에서 '초접전'(Toss up)으로 조정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텍사스대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98%는 탈라리코 하원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공화당 지지자 중 팩스턴을 지지하는 비율은 92%로 더 낮았다. 특히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중 팩스턴을 지지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89%에 머물렀다.
공화당에 대한 민심 변화보다는 후보에 대한 불만이 지지율로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팩스턴 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세력인 '마가'(MAGA) 진영의 핵심 인사로, 지난 5월 공화당 경선에서 4선 현역인 존 코닌 상원의원을 꺾고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팩스턴 주 장관이 2023년 권한 남용 등의 의혹으로 텍사스주 하원에서 탄핵소추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불거졌다. 주 상원의 탄핵 심판에서 무죄 평결(기각 결정)을 받긴 했으나, 표심에는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사생활 논란도 빚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팩스턴 주 장관이 여자친구와 함께 2024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연방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인사들이 참석한 파티를 즐긴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기독교 가치 강조하는 민주당 탈라리코…진보 정치인과도 거리두기
반대로 민주당 후보인 탈라리코 의원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선점해온 종교적 가치를 앞세우며 표심 공략에 한창이다. 교사로 일했던 탈라리코 의원은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이력을 앞세워 종교적 신념을 강조하는 정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종교가 공화당만의 정치적 자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탈라리코 의원이 유세 과정에서 이웃에 대한 사랑과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강조하는 반면, 팩스턴 주 장관은 전통적인 기독교 보수주의와 복음주의를 설파하고 있다는 점도 표심이 갈리는 지점으로 꼽힌다. 텍사스트리뷴은 지난 8월 두 후보가 기독교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바탕으로 유권자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탈라리코 의원이 진보 진영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선거 전략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달 텍사스를 방문하지만, 탈라리코 의원은 그와 공동 유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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