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중국어 해설 261건 중 26건 부적정…국감서 관리 부실 지적
최근 5년간 역사 왜곡 민원 7건, 행정처분은 사실상 전무
관광공사 교육과정도 출석률 80%면 수료…역사 이해도 평가 없어
박성혁 사장 "심각하게 들여다볼 것"…교육 이력 DB 통합 검토
국가자격을 취득한 관광통역안내사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조선을 중국의 속국으로 설명하는 등 한국사를 왜곡한 사례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올해 경복궁에서 조사한 중국어권 관광해설 10건 중 1건이 부적정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국관광공사는 별도의 실태점검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격 보유자 4만2000여명의 교육 이력도 통합 관리하지 않아 국가자격 관광안내사의 사후 관리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관광통역안내사의 역사 왜곡 사례를 공개하며 관광공사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를 집중 질의했다.
정 의원은 일부 관광통역안내사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조선은 대대로 중화민족의 속국이었다"고 설명한 언론 보도를 제시했다. 임진왜란에 대해서도 조선이 중국을 '아버지 나라'로 여겨 일본군의 통과를 막았다는 취지로 해설한 사례를 거론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설명이 국가자격을 가진 안내사를 통해 외국인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해당 해설의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복궁에서 이뤄진 중국어권 관광해설 261건 가운데 26건이 부적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9.96%로, 10건 중 1건꼴이다. 최근 5년간 접수된 관광통역안내사의 역사 왜곡 관련 민원은 7건이었지만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공사의 사후 관리체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공사는 중국어권 관광통역안내사에 대한 별도의 실태조사나 점검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관광통역안내사 인력관리 데이터베이스(DB)에도 성명과 자격 취득 언어권 등 기본 정보만 등록돼 있을 뿐 교육 이수 내역은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관광통역안내사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관광지를 안내하고 역사·문화 정보를 전달하는 국가전문자격이다. 자격시험은 국사와 관광자원해설, 관광법규, 관광학개론 등 4개 필기과목과 면접시험으로 구성된다. 자격 취득 단계에서 역사 지식을 평가하고 있지만, 자격 취득 이후 실제 관광 현장에서 제공하는 해설의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체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사후 교육과정의 평가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관광공사 관광e배움터에 공개된 '2026 관광통역안내사 성장아카데미'의 수료 기준은 출석률 80% 이상이다. 교육과정에는 관광해설 기획과 주요 관광지 현장실습 등이 포함돼 있지만, 수료 평가에서 시험과 과제의 반영 비율은 각각 0%로 명시돼 있다. 교육을 이수했는지와 역사·문화 지식을 정확하게 습득했는지를 별도로 평가하지 않는 구조다.
정 의원은 중국어권 관광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역사 해설이 반복될 경우 한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해외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광안내사의 역사·문화 이해도를 보다 엄격하게 평가하고, 부적절한 해설에 대한 사후 점검과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박 사장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고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심각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박 사장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 보유자가 4만2000명에 달해 개별 교육 이력까지 관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가 별도로 시행하는 교육의 이수 기록도 관광공사 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아 관리가 이원화돼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관광공사와 협회가 운영하는 교육 이력을 데이터베이스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에서는 관광통역안내사에 대한 관리가 자격 취득에 치우쳐 있고, 자격 취득 이후 교육과 해설 품질 검증, 민원 처리 등이 체계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났다. 관광공사가 관리체계 개선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교육 이력의 통합 관리뿐 아니라 실제 해설의 정확성을 평가하고 부적정 사례에 대응하는 점검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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