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5년 방한객 71.7% 증가…숙박·음식점 1인당 지출 17% 안팎 감소
정연욱 "3000만명보다 체류·재방문 중요"…관광청 신설 논의 촉구
임오경 "올해 7월까지 관광불편 신고, 지난해 연간 건수 추월"
크루즈는 짧은 기항·의료관광은 수도권 집중…관광정책 전환 요구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지만 국내에 머무는 기간과 1인당 숙박·음식 소비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크루즈 관광객은 짧은 기항시간 탓에 지역 소비로 연결되는 데 한계가 있고, 의료관광 수요는 서울에 집중됐다. 관광 불편 신고까지 급증하면서 외래객 유치 규모에 치중해 온 관광정책을 체류와 소비, 재방문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잇따랐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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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방한 외래객은 2023년 1103만명에서 지난해 1894만명으로 71.7% 증가했다. 2024년 1637만명과 비교하면 지난해 증가율은 15.7%다. 지난해 방한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750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평균 체류일수는 7.8일에서 6.5일로 1.3일 감소했다. 1인당 평균 숙박비 지출은 17.8%, 음식점 지출은 16.9% 줄었다. 재방문율도 최근 4년간 54~56%대에 머물렀다. 관광객 유치 규모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방문객 한 명이 한국에 머물며 쓰는 돈과 체류기간은 같은 속도로 늘어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역대 최대 방한객 실적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관광의 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숙박과 음식점 지출 감소는 관광객 증가가 지역 숙박업과 외식업의 매출 확대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해당 수치는 1인당 지출 변화를 나타내며, 전체 외국인 관광소비의 증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크루즈 관광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객은 3년 새 4.5배 증가했지만 1인당 지출액은 10년 전보다 81% 감소했다. 부산에 기항하는 크루즈 관광객의 평균 체류시간은 6.7시간에 그쳤다. 선박 입항과 승객 유치가 늘더라도 실제 관광과 지역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인 셈이다.


관광객이 배에서 내려 지역을 방문하는 비율을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 의원은 관광공사가 안내 인력과 현장 정보 부족으로 승객이 항구 주변에 머물거나 관광에 나서지 않은 채 배에 다시 오르는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하선율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크루즈 관광의 지역 소비 확대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체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34억원을 투입해 주요 기항지의 관광 순환버스와 지역 특산물 판매, 환영 행사 등을 지원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부산에서 크루즈 선원을 대상으로 K뷰티 셔틀버스를 운영한 결과 해당 프로그램의 선원 하선율이 기존 29%에서 49%로 높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특정 프로그램의 성과를 넘어 전체 기항객의 하선·체류·소비 실적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지출 규모가 큰 의료관광은 지역 편중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의 87.2%가 서울에서 진료를 받았고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비중은 91.2%에 달했다. 정 의원 자료에서는 서울·부산·경기·제주·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시도의 비중이 2.7%에 그쳤다. 의료관광 시장이 성장해도 지방으로 경제적 효과가 충분히 확산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관광객의 현장 불편도 증가하고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관광불편신고센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접수된 관광 불편 신고는 1753건으로, 지난해 연간 접수 건수인 1744건을 이미 넘어섰다. 신고자의 84.3%는 외국인이었다.


임 의원은 숙박 예약의 일방적 취소와 바가지요금, 택시 부당요금 등 관광객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지적하며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수용태세 개선을 촉구했다.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만큼 입국 이후 숙박과 교통, 관광정보 이용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관광공사의 현장 점검과 사후 조치도 도마에 올랐다. 정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광공사 누리살핌단이 지난 6~7월 전국 24곳에서 확인한 개선사항 84건은 9월에야 지방자치단체에 전달됐다. 외국어 안내 부족이 확인된 곳도 18곳에 달했다. 점검 인원은 기존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었고 외국인 점검요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관광 관련 행정이 여러 부처에 분산된 구조도 문제로 지목했다. 크루즈 관광객의 비자와 출입국 심사는 법무부, 항만·터미널은 해양수산부, 외국인 환자 유치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등 정책 조정과 현장 대응이 분절돼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3000만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며 관광객 수뿐 아니라 체류일수와 재방문율을 관광공사의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고, 관광정책을 종합적으로 조정할 관광청 신설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관광 수용태세 개선과 지역 관광 분산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박 사장은 "교통·숙박 같은 수용태세 개선과 함께 방한 수요를 지역으로 배분하는 입국 관문 다변화,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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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관광시장이 양적 회복을 넘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관광객이 실제로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어디에서 소비하며, 다시 방문하는지를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크루즈와 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관광의 지역 확산, 숙박·교통 불편 해소, 현장 점검의 실효성 확보가 향후 관광정책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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