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00m마다 패션 간판…명동, 글로벌 쇼룸 부상
노스페이스·무신사 잇단 출점
매장 고객 90% 이상 외국인
해외 진출 앞서 인지도 높이는 쇼룸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길(명동길)에 지난 6일 문을 연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명동 라운지'. 1층에는 명동 컬렉션과 여성 제품, 2층에는 남녀 공용 의류, 3층에는 신발과 가방이 들어섰다. 4층에는 루프톱을 마련했다. 영원아웃도어가 지난해 성수동에 이어 낸 화이트라벨의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이다. 영원아웃도어는 명동역 인근 노스페이스 플래그십 매장에 이어 이번 라운지를 열며 명동 상권에서 매장을 확대했다. 고객의 90% 이상은 외국인이다. 바로 옆에는 케이투코리아그룹의 노르디스크 매장이 있다. 약 100m만 가면 살로몬과 코오롱스포츠 매장도 자리 잡았다.
명동이 국내외 패션 브랜드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지난달부터 이달 사이 신규 출점과 확장 이전이 이어졌다. 아웃도어와 스포츠, 제조·유통 일괄형(SPA), 신흥 캐주얼 브랜드까지 몰려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패션상품을 팔면서 브랜드 이름도 알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달 8일 명동역 인근 중앙로(명동8길)에 '명동중앙점'을 열었다. 명동에 낸 두 번째 매장이다. 기존 명동점에서 외국인 수요를 확인한 뒤 같은 상권에 매장을 추가했다. 아머스포츠의 살로몬은 아이더가 운영하던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노르디스크도 명동에 매장을 내고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명동 유네스코길~중앙로 25개 브랜드
유네스코길부터 중앙로까지 이어지는 거리에는 25개가 넘는 패션 브랜드가 자리 잡았다. 자라와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 사이로 아웃도어와 캐주얼 매장이 들어섰다. 뉴발란스와 살로몬에서 운동화를 살펴보고, 노스페이스와 코오롱스포츠에서 바람막이와 다운재킷을 비교할 수 있다. 코닥과 디스커버리, 스노우피크도 인근에 있다. 중앙로에는 MLB, 이미스와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매장이 이어진다.
브랜드가 밀집하면서 쇼핑 편의성도 높아졌다. 운동화를 고른 뒤 가까운 매장에서 옷과 모자, 가방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특정 브랜드를 찾아온 관광객이 주변 매장으로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까지 쇼핑 동선을 넓히면 선택지는 더 넓어진다.
패션업체들이 명동에 공을 들이는 것은 매출과 해외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어서다. 해외에 직접 매장을 내기 전 여러 나라 소비자에게 상품을 선보이고 제품과 가격대별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에서 브랜드를 접한 관광객을 귀국 후 현지 매장이나 온라인몰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명동 매장이 해외 진출을 위한 쇼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롯데멤버스는 지난 7월 발간한 '엘포인트 트렌드 리포트'에서 성수를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는 상권으로, 명동과 백화점을 구매로 이어지는 상권으로 분석했다. 명동의 대형 매장은 관광객이 상품을 직접 입어보고 다른 브랜드와 비교한 뒤 구매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해외 진출 앞서 브랜드 알리기
관광객 증가와 함께 소비도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8월 150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38만명) 대비 21.6% 늘었다. 외국인의 관광 분야 카드 소비액은 14조1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5% 급증했다.
가장 큰 고객군은 중국인이다. 올해 1~8월 방한 중국인은 481만6134명으로 국가별 관광객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일본(269만8857명)의 약 1.8배다. 대만 165만6255명, 미국 107만9727명, 홍콩 49만5680명이 뒤를 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의 카드 소비는 서울에 집중됐다. 지역별 신용카드 소비 비율에서 서울은 69.7%를 차지했다. 서울 안에서는 명동이 속한 중구가 34.25%로 강남구(27.67%)보다 높았다. 중국인 관광객의 신용카드 관광 소비 중 쇼핑업 비중은 53.7%였다. 카드 관광 소비의 절반 이상을 쇼핑에 쓴 것이다.
먼저 자리 잡은 브랜드들은 외국인 수요를 매출로 확인했다. 코오롱스포츠가 올해 1월 서울 명동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누적 방문객은 약 16만명으로 월평균 2만6000명이 찾았다. 방문객의 89%는 외국인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LF 헤지스의 명동 플래그십 매장 '스페이스H 서울'은 지난달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고객이 차지한 비중은 70%에 달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성전자 제발 10만원까지 빠져라"…주가 하락 반기는 익명 글에 투자자들 '부글부글'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 명동은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이라며 "명동 상권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후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월 1억~2억원의 임대료를 내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