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각각 상대방 아동학대로 신고
경찰 "8번 대면 조사서 이상 징후 못 찾아"
제주에서 40대 아버지와 4살 딸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4일 제주경찰청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6시8분쯤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오름 주차장에 주차된 렌터카 안에서 40대 남성 A씨와 그의 4살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서나 메모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호주에서 아내 B씨와 이혼 소송을 진행하던 중 지난해 10월 말 딸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서울에 머물다 제주 서귀포시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한국 국적, B씨는 한국계 호주 국적자이며 딸은 2022년 호주에서 태어났다.
B씨는 지난 3월30일 서울가정법원의 '헤이그 아동반환청구' 재판에서 승소해 강제집행 허가를 받았다. 헤이그 아동반환청구는 16세 미만 아동이 불법적으로 이동되거나 유치되어 양육권이 침해되었을 때, 원래 아이의 거주국(호주)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관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이에 B씨는 딸을 데려가기 위해 호주에서 한국으로 왔지만, 두 사람이 지난해 11월 각각 상대방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를 경찰에 해서 딸을 만날 수 없었다. B씨는 자신을 무시하고 딸을 한국으로 데려간 A씨에 대해 '약취유인' 이유도 추가했다.
서귀포경찰서와 서귀포시는 지난 3월22일 이웃이 A씨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해 두 차례 현장 조사를 벌인 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B씨가 주장한 약취유인과 아동학대에 관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모두 불기소 처리했다.
B씨는 지난 4월13일 서귀포경찰서에 양육권 강제집행 협조를 요청하며 딸에 대한 실종신고를 냈다. 당시 경찰은 A씨와 영상통화를 진행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뒤 B씨에게 '딸이 잘 있다'는 취지로 안내를 했다. A씨는 다음날 딸과 함께 함덕파출소로 와 신변을 확인했다.
숨진 A씨는 이달 2일 딸이 다니던 서귀포시의 한 어린이집에 미국으로 가게 돼 더는 등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호주 법원에 긴급 조치를 요청했고 호주 법원은 지난 3일 딸의 여권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B씨는 제주경찰청에도 A씨의 행동에 우려를 나타내며 딸의 소재 확인과 안전조치를 요청했다. 또 A씨가 호주에서 트럭 관련 교통사고를 당한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우울증이 있다며 아이와의 분리 조치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위험 징후는 없어 보였고 지속 관찰 중에 이런 비극이 벌어져 애도를 표한다"며 "최근 어린이집 체육대회에서도 이상 징후가 없어 보였다는 관계자의 진술이 있었고, 지난해 11월부터 서귀포시 등과 진행한 8번의 대면조사에서도 특별한 이상 징후를 발견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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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두 사람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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