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잇단 사망사고에 안전 우려
운동량 늘린다고 건강 효과 커지진 않아
기록 경쟁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달려야

선선한 날씨로 마라톤 대회가 집중되는 10월, 참가자가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한 달리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지만, 무조건 오래, 빠르게 뛰는 것이 좋은 걸까요.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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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열린 2026 서울레이스 마라톤 대회에서는 20대 여성 참가자가 달리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지난달 19일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 블랙야크 산악 마라톤 행사에서도 산길에서 쓰러진 40대 남성이 결국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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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입니다. 그러나 운동량이 많을수록 건강에 더 유익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심장 건강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연구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마라톤 참가자 2931만명 분석…심정지 176건

지난해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는 마라톤 대회 중 발생하는 심정지를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미국 연구진은 2010~2023년 미국에서 열린 마라톤과 하프마라톤 대회의 완주 기록 약 2931만건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대회 중 심정지는 모두 176건(남성 127명, 여성 19명, 성별 미상 30명)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59명이 숨졌습니다. 참가 기록 약 16만7000건당 1건꼴로 심정지가 발생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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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발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고, 풀코스 마라톤이 하프마라톤보다 높았습니다.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던 67건 가운데 가장 흔한 원인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관상동맥질환이었습니다.


2000~2009년과 비교하면 심정지 환자 가운데 숨진 비율은 71%에서 34%로 낮아졌습니다. 신속한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 등 응급 대응이 생존율 향상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오래 뛰면 심장도 튼튼해질까

달리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입니다. 달리기를 하면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 내보내는 혈액량이 늘어나고, 안정 시 심박수가 낮아지는 등 심장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래 달릴수록 심장도 더 튼튼해지는 걸까요. 2025년 국제학술지 '국제분자과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발표된 종설 연구에서는 장기간 지구력 운동이 심장 구조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심장 근육과 내부 공간의 크기 등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흔히 '운동선수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현상으로, 심장이 운동에 적응하는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그러나 장기간 고강도 운동을 한 일부 선수에게서는 부정맥이나 심장 조직의 섬유화 등 심장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변화도 관찰됐습니다. 연구진은 "고강도 훈련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심장 부정맥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며, 드물게 심근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 심장질환을 앓은 운동선수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 논문은 10년간 발표된 지구력 운동선수 관련 연구를 분석한 것으로 장기간 고강도 훈련에 따른 심장질환의 잠재적 위험을 다룬 것입니다.

운동량 늘려도 추가적인 건강 효과는 불분명

건강을 위해 반드시 장거리를 달릴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20년 영국 스포츠의학저널(BJSM)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총 23만2149명이 포함된 기존 연구 14건을 종합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27% 낮았습니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30%,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23% 낮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달리기 시간이나 빈도, 속도를 늘린다고 해서 사망 위험이 그에 비례해 낮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달리는 것이 전혀 달리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운동량이 많다고 반드시 더 큰 이점을 얻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기록보다 내 몸에 맞는 속도가 중요

운동량을 갑자기 늘리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2025년 영국 스포츠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러너 5205명을 최대 18개월간 추적한 결과, 한 번의 달리기 거리를 갑자기 늘린 경우 부상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총 58만8071회의 달리기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최근 30일 동안 가장 길게 달린 거리보다 한 번의 달리기 거리를 10~30% 늘린 경우 과사용 부상 발생률이 약 1.64배 높았습니다. 기존 최장 거리의 두 배를 초과하면 약 2.28배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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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중 대화 가능한지 확인해야"

운동 강도를 판단하는 간단한 방법은 달리는 동안 대화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중강도 운동은 숨이 차더라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수준입니다. 반면 몇 마디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다면 고강도 운동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같은 속도로 달리더라도 사람에 따라 운동 강도는 달라집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속도나 기록에 맞추기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춰 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 중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 실신할 것 같은 어지럼증, 평소와 다른 심한 호흡곤란이 나타난다면 즉시 달리기를 중단해야 합니다. 평소 심장질환이 있거나 운동 중 실신한 경험, 젊은 나이에 급사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장거리 대회에 앞서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1㎞를 3분대에 달린다거나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서브3를 달성했다는 일반인 러너들의 기록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빠른 속도가 부러울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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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궁금한 마음에 더 빠르게, 더 멀리 달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록에 얽매이기보다 달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펀런(Fun Run)'도 좋은 선택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오늘의 달리기를 무사히 마치고, 내일도 다시 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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