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기본법 제정…시행령 입법예고
안전사고 범위에 '흉기난동' 포함될지 미정
사회적 테러인데…행안부 "추가 논의 필요"

[기자수첩]'약자 노린' 묻지마 흉기난동, 생명안전기본법으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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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인천의 한 대형 복합상가에서 시민 8명이 흉기에 찔려 다치는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과거 살인미수 전력으로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던 50대 남성으로, 손에 흉기를 감은 채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이번 사건은 시민의 일상적 공간이 순식간에 공포의 현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이라는 오명을 또다시 남겼다.


오는 12월3일 국민의 안전하게 살 권리(안전권)를 기본권으로 명문화한 생명안전기본법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재난을 겪으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 속에서 제정된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국가의 보호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대규모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묻지마 흉기난동과 같은 무차별 폭력 범죄 피해가 이 법의 보호 범주에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입법예고 중인 생명안전기본법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안전사고'의 범위는 재난, 산업재해·교통사고 그리고 생명·신체에 현저한 피해를 주는 사고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묻지마 흉기난동과 같은 범죄를 안전사고로 포괄할지는 애매하다"며 "대형 참사를 계기로 제정된 법안이므로 강력범죄까지 포함할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해석은 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시민이 식당에서 식사하다가, 쇼핑몰이나 영화관을 이용하다가 무차별 칼부림의 표적이 되는 현실이 '안전의 위협'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전과 9범에 대한 관리 실패와 전자감독 시스템의 허점으로 발생한 사건을 두고 개인의 범죄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국가의 보호 책무를 스스로 축소하는 셈이다.


이 법은 성별, 지역, 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신체를 보호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묻지마 흉기난동은 불특정 다수의 일상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적 테러이자 중대한 공공안전 위기다. 단순히 형사 처벌이나 개별 피해 배상 소송의 영역으로만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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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시행령 확정 과정에서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무차별 폭력 범죄 역시 국가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안전 위협 사고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국민이 일상 공간에서 피습당할 공포에 떨고 있다면 그 사회의 안전권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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