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년·9년 6개월 선고…검찰은 5년 구형
법원 "단순 현금 수거책보다 가담 정도 중해"

발신번호를 010으로 바꾸는 중계기를 설치해 11억원대 피싱 범죄에 가담한 20대 남성 2명이 1심에서 검찰 구형량의 2배에 달하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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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는 14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씨(21)에게 징역 10년을, 팽모씨(20)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아울러 박씨에게 3729만원, 팽씨에게 2244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박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각지 모텔에 발신번호가 국내 '010' 번호로 표시되도록 하는 변작 중계기를 설치·운영해 피해자 39명으로부터 약 11억원을 가로챈 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 등은 텔레그램과 위챗 등을 통해 해외 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전국 모텔을 일주일 간격으로 옮겨 다니며 중계기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 택배로 전달받은 대포폰 136대와 유심칩 395개 등을 이용해 인터넷전화의 발신번호가 국내 '010' 번호로 표시되도록 조작하는 수법을 썼다. 박씨는 별도로 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이체 금액의 0.5%를 대가로 받기로 하고 피해자가 송금한 2000만원을 다른 계좌로 이체해 사기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고 판사는 "조직적인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폐해도 심각하다"며 "대가를 받고 발신번호를 변작하는 중계기를 운영·관리하는 역할을 맡아 단순 현금수거책보다 가담 정도가 매우 중하고, 범행의 태양이 좋지 않아 더욱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약 40명에 달하고 피해액도 10억원을 초과하는 등 피해 규모가 크다"며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팽씨에게 적용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 중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가상화폐 지갑 주소는 전자금융거래법상 계좌 관련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불법 유심 판매업자로부터 계좌정보를 제공받은 부분은 유죄로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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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제기한 배상명령 신청은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책임 제한 문제 등을 이유로 각하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박씨와 팽씨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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