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너머]북극항로, 바닷길 넘어 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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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북극항로를 뚫었다. 출항 땐 변변한 기념식도 없었지만 돌아올 때는 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13일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50일간의 북극항로 항해를 다녀온 선원들과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항해는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실제 화물 운송으로 확인한 뜻깊은 도전"이라며 "새롭게 열어 내게 될 북극항로는 위기 때 기댈 수 있는 또 하나의 바닷길, 또 하나의 선택지, 또 하나의 생명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경로다.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부산항에서 북극해를 통과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1만3000㎞를 22일 만에 도착하며 북동항로가 기존 항로 대비 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 확인했다. 수에즈항로(2만㎞)나 희망봉항로(2만6400㎞) 보다 거리는 각각 35%, 50% 짧고, 시간은 최대 18일 단축됐다.

북극해를 지나는 북동항로는 북극 바다의 얼음이 녹는 8월 중순에서 10월 중하순까지 약 석 달만 운항이 가능하다. 시범운항을 통해 이 기간엔 북동항로를 통한 화물운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막판까지 변수였던 재보험도 풀어냈다.


남은 과제는 경제성 확보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항해에서 얻은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선 내년 후속 시범운항을, 장기적으론 상업 운항을 준비할 방침이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운항을 확대' 검토도 언급했다. 화물운송 수요에 따라 내년 시범운항이 올해보다 늘어날 수 있다. 내년 첫 출항은 올해 시범운항 출항 시기와 비슷한 8월 중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운업계에선 왕복 50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박 4척을 운용해 주 1회씩 최대 8회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물 확보는 여전한 숙제다. 올해 시범운항에 투입된 팬스타 아크로호는 28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이지만 출항할 때는 837TEU만 싣고 떠났다. 시범운항 선박 결정이 늦어지면서 영업기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내년 운항 땐 이번에 확인된 북동항로의 신속한 화물운송 강점을 바탕으로 충분한 화물을 확보해야 한다.


북극항로 개척의 키를 쥐고 있는 해수부의 기능 강화도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전담 조직인 '북극항로추진본부'는 3년 한시 조직이다. 이 대통령은 귀항 환영식에서 '해수부의 기능을 더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선 해수부 2차관 신설 필요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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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부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부산에 위치한 조선·항만·물류 기업 200곳 중 북극항로 관련 산업 진출의향은 67.5%에 달하지만, 대응 기업은 2개사에 불과하다. 연구원은 '수익성은 기대하고 있지만, 안전성을 우려하는 비대칭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이번 시범운항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북극항로가 단순한 바닷길을 넘어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상돈 경제부 차장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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