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세종행에 은행권 '업무 비효율' 우려…금감원 이전 촉각
금융위 내년 하반기 세종 이전 확정
은행권, 이동시간 증가·근무 조정 등 대응 고심
금감원 이전 땐 감독분담금 인상 우려도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이 확정되면서 은행권이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과의 대면 협의에 필요한 이동시간이 늘어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감독원까지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감독분담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은행권은 올해 4분기 발표될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전날 금융위의 세종 이전 발표 이후 근무 일정 조정, 현지 업무공간 확보, 인력 재배치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위를 내년 하반기 세종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은행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 저하다. 은행들은 그동안 금융당국과 수시로 협의를 진행해왔다. 여·수신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최근 금융권 해킹 사고 이후에는 정보보안 담당자들의 당국 회의 참석도 잦아졌다. 주요 시중은행 본사가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만큼 금융위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이동시간이 기존보다 2~3시간가량 더 소요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A은행 관계자는 "지난 계엄 같은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도 긴급하게 여러 번 회의가 열렸는데 금융위가 세종으로 가게 되면 이동 측면에서 편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려면 해당 직원들은 근무 스케줄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상회의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보안 문제 등으로 대면 협의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 지역에 별도 업무공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융위 방문을 위해 세종에 내려간 직원들이 회의 전후 업무를 처리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사무실을 임차하기보다는 기존 은행 지점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B은행 관계자는 "업무 공간도 없이 매번 카페 등지에서 업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새로운 사무실을 계약하면 비용이 따로 나가야 해서 세종에 있는 기존 지점에 사무실을 하나 만드는 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금감원의 지방 이전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까지 이전할 경우 인력 재배치 등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할 수 있어서다. C은행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두 기관이 모두 내려간다면 현지에 상주하는 직원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며 "또는 2~3일은 서울, 2~3일은 세종을 왔다갔다 하는 식으로 인력을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올해 4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며, 금감원 이전 여부는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이전하면 금융회사들의 비용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예산의 상당 부분은 금융회사들이 납부하는 감독분담금으로 충당된다. 올해 금감원 예산은 4790억원으로, 이 가운데 금융권으로부터 징수하는 감독분담금은 3535억원에 달한다. 전체 예산의 약 74%로, 이 중 1000억원 이상을 은행권이 부담한다.
금감원이 금융회사 본점과 검사 대상 기관이 밀집한 수도권을 떠나면 검사 인력의 출장비 등 현장 감독에 필요한 운영비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이전 비용까지 추가될 경우 감독분담금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실제 분담금 인상 여부는 금감원 예산과 분담금 산정 과정 등을 거쳐 결정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빨리빨리 한국, 긁힐 만하네" 1위에서 22위로 추락…베트남·태국에도 밀렸다
D은행 관계자는 "분담금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조율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금감원이 이전하게 되면 이전 비용, 검사 출장비 증가 등을 이유로 제시해 분담금 규모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