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분석
경쟁력 하락 2474개·상승 2711개
회원국은 15개 제조업 모두 경쟁력 지표 상승
미가입 따른 관세 여건 차이…멕시코 시장 주목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출범한 이후 역내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절반 가까이가 경쟁력 지표 하락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은 CPTPP 회원국과의 경쟁력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고, 자동차는 멕시코 시장에서 회원국의 경쟁력이 두드러지게 높아졌다. CPTPP 미가입에 따른 관세 등 시장접근 조건의 차이가 우리 수출품의 경쟁 여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CPTPP 발효 전후 우리나라의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분석 대상 5185개 품목 가운데 CPTPP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 지표가 발효 전보다 하락한 품목은 2474개로 전체의 47.7%에 달했다. 반면 경쟁력이 상승한 품목은 2711개(52.3%)였다.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은 2019~2020년을 제외하고 발효 전인 2012~2018년과 발효 후인 2021~2024년을 비교했다. 경쟁력은 특정 시장에서 해당 품목이 어느 정도 비교우위를 갖는지를 보여주는 대칭현시비교우위지수(RSCA)로 측정했다. 지수는 -1에서 1 사이로, 값이 클수록 상대적인 경쟁력이 높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진 품목에서 CPTPP 회원국은 오히려 경쟁력을 높였다. 경쟁력이 하락한 2474개 품목을 15개 제조업종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같은 품목에서 CPTPP 회원국의 RSCA는 15개 업종 모두 상승했다.
한국의 경쟁력 하락 폭은 비금속광물제품이 -0.296으로 가장 컸고 조선(-0.262), 디스플레이(-0.230), 자동차(-0.199)가 뒤를 이었다. 특히 조선은 같은 기간 CPTPP 회원국의 경쟁력 지표가 0.125 상승하면서 한국과 회원국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업종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 하락을 CPTPP 발효 효과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CPTPP 시장에서 경쟁력이 하락한 2474개 품목 가운데 796개(32.2%)는 CPTPP 이외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유지되거나 상승했다. 경쟁력 하락 폭의 중앙값도 CPTPP 시장에서는 -0.183인 반면 역외 시장에서는 -0.035에 그쳤다. 산업연은 분석 자체가 CPTPP 시장에서 경쟁력이 하락한 품목만을 대상으로 한 만큼 원인을 CPTPP라는 단일 요인으로 한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에서는 멕시코 시장이 변수로 지목됐다. 경쟁력이 하락한 자동차 품목에서 CPTPP 11개국의 경쟁력 지표 변화는 0.047이었지만 멕시코만 놓고 보면 0.312에 달했다. 반대로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10개국에서는 -0.042를 기록했다.
특히 1000~1500㏄ 승용차와 1500~3000㏄ 승용차, 전기차 등 주요 자동차 3개 품목에서 한국의 CPTPP 역내 경쟁력 지표가 모두 하락했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아 관세 여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하나의 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력 수출품에서도 품목별 차이가 컸다. 메모리 반도체의 RSCA는 발효 전 0.4002에서 발효 후 0.3815로, 기타 집적회로는 0.5821에서 0.5055로 각각 낮아졌지만 여전히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전기차는 0.8214에서 0.4983으로 떨어졌고 1500~3000㏄ 승용차는 0.0788에서 -0.0440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1000~1500㏄ 승용차도 0.2629에서 -0.0259로 하락했다. 파라자일렌은 0.7625에서 0.0195로 급락해 주요 품목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유조선 역시 0.8607에서 0.6854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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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은 한국이 CPTPP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면 역내 시장에서 입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관세 등 CPTPP 회원국과 한국 간 시장접근 조건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연은 "하락 품목을 대상으로 CPTPP 시장 내 경쟁력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한편 지역적 관점에서는 멕시코와의 통상환경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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