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연차총회서 대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공지능(AI) 호황이 견조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중동 전쟁과 더불어 물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긴축 기조를 유지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원화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은 한국 경제의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 "물가 잡힐 때까지 긴축 유지…인플레 취약계층에 가장 타격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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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총재는 13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AI 호황, 중동전쟁과 한국 통화정책의 도전'을 주제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대담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신 총재는 현재 한국 경제가 'AI 호황'과 '중동 전쟁'이라는 주요한 영향의 교차점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호황의 긍정적 효과가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훨씬 압도하며 3.3%라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물가 측면에서는 두 요인의 결합으로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고유가에 따른) 비용인상 압력도 있지만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요 견인 압력도 작용한다"며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한은의 목표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적절한 시기에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한은의 긴축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신 총재는 현재 한국의 물가 안정과 환율, 금융안정이라는 세 가지 정책 과제 모두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 결정에서 상충 관계는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이지만 현재 한국 상황은 세 가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정책 방향이 상당히 명확하다"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은 어렵지만, 토끼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달린다면 정책 판단은 훨씬 쉬워진다"고 말했다.

AI 호황이 장기적으로 중립금리를 높이고, AI 인프라 투자 호황과 세수 증가로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혜택이 IT 대기업에 집중되며 'K자형 경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IT 부문의 기업들은 호황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지만, 그렇지 못한 아주 광범위한 산업 부문들이 존재한다"며 "지역별로도, 산업 부문별로도 격차가 상당해서 경제 전반에 K자형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의 32%를 식품과 에너지에 지출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며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취약계층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근의 원화 가치 상승 흐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한 이후 강세가 뚜렷해졌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환율이 하락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높여 대외 수출 부문과 내수 부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한다"며 "K자형 양극화 완화와 금융 안정 측면 모두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원화 절상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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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따른 취약차주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을 동원하는 한편, 선별적 채무 조정을 주문했다. 신 총재는 "재정 자원을 동원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채무 의무를 조정할 여지도 있을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만 그는 "도덕적 해이와 과거 부채 부담에 따른 경제적 제약을 줄이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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