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디 손호영 인터뷰

5년 만의 신곡에 담은 삶의 이야기
첫 솔로 때는 욕심 앞서 내 색 놓쳐
완벽을 좇던 삶에서 거절하는 법 배워
오는 31일부터 단독 콘서트 춤 무대도

가수 손호영. 젬스톤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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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만이 답은 아니잖아요. 돌아도 되고, 다른 길도 있어요. 도망쳐도 돼요."


가수 손호영(46)이 솔로 데뷔 20주년을 맞아 자신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14일 발표하는 신곡 '고 어라운드(Go Around)'에는 지난 20년 동안 깨달은 삶의 태도를 담았다.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려 애쓰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젬스톤이앤엠 사옥에서 만난 그는 "지금 제 나이에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가사로 썼다"며 "예전에는 닮고 싶은 음악가를 정해 놓고 따라 했다면 이제는 그런 것을 지우고 저 자신에게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1999년 그룹 지오디(god)로 데뷔한 손호영은 2006년 첫 솔로 정규앨범 '예스(Yes)'를 발표했다. 당시 그는 "내가 과연 솔로앨범을 낼 실력이 되나"라고 스스로 물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같은 질문을 다시 건네자 농담 섞인 답이 돌아왔다.


"지금 솔로앨범을 낼 준비가 안 됐어, 이놈아! 완벽한 준비라는 게 어디 있겠어요. 그때는 제가 상상했던 모습보다 실제의 저를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었어요."

손호영은 지오디의 성공을 경험한 뒤 솔로 활동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혼자 무대에 서는 일은 달랐다. 그는 "지오디에서는 제 역할에 해당하는 20%를 노력으로 채우면 됐는데, 솔로가 되니 부족한 부분을 모두 노력으로 메우기에는 그 양이 너무 컸다"고 돌아봤다.


당시 손호영은 보컬 트레이너 박선주를 찾아가 하루 8시간씩 노래를 연습했다. 어려운 부분을 소화하기 위해 연습량을 늘렸지만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늘지는 않았다. 그는 "제 실력과 색에 맞는 음악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조금 무리했던 것 같다"며 "어려운 부분을 부르려고 노력했던 시간에 제 색을 더 찾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솔로 음반을 내는 데 유독 긴 시간이 걸린 것도 이런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신곡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그는 "20년이라는 세월이 사람을 더 걱정 많고 겁 많게 만드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음반을 내는 일을 미뤄왔지만 20주년만큼은 절대 피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가수 손호영. 젬스톤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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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손호영. 젬스톤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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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고 어라운드'는 경쾌한 록을 바탕으로 한 팝으로, 손호영이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 노래에서 말하는 '세상의 소음'은 타인의 시선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건네는 이야기다. 그는 "세상에는 좋은 소리도 있지만 잡음도 너무 많다. 지나고 보니 그런 것들을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더라"며 "저는 예민해서 그런 말들을 듣고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이다. 저 자신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완벽주의를 버린 것은 아니다. 그는 "마흔 살쯤 돼서야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웃었다. 달라진 것은 거절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해 내키지 않는 일도 억지로 했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거절한다. 그는 "거절해도 괜찮다는 걸 이제 알았다. 이번 노래에도 그런 생각이 함축돼 있다"고 했다.


음악을 대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손호영은 자신의 목소리가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음악을 찾으려 한다. 그는 "제 목소리와 비슷한 가수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게 저만의 장점"이라며 "노래를 들었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 행복감을 제 무기로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신곡을 준비하면서도 자신이 불렀을 때 가사와 음악이 와닿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사진도 주름이 있는 지금 나이에 맞는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제게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손호영에게 무대는 여전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공간이다. 공연을 준비할 때는 무대 바닥의 재질부터 객석과의 거리, 조명 위치까지 직접 살핀다. 관객 두세 명의 관람에 영향을 주는 사소한 문제도 그냥 넘기지 못한다. 그런데 정작 공연이 시작되면 그런 걱정이 사라진다고 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가면 아직도 스무 살이라고 생각한다. 연습 때는 조금만 틀려도 신경이 쓰이는데 공연이 시작되면 실수마저 재미있고 귀엽다"며 웃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는 반대의 시간이 찾아온다. 공연이 모두 끝나면 길게는 두 달가량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했다. 취미를 찾아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다가 다음 공연이 결정되고 연습을 시작하면 다시 활력을 얻는다. 그는 "그 순간만큼 기다려지고 좋은 시간이 없다. 무대에 서면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모두 풀린다"고 말했다.


가수 손호영. 젬스톤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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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과 다음 달 1일에는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솔로 데뷔 20주년 단독 콘서트 '호라이즌(HORIZON)'을 연다. 5년 만의 단독 공연이다. 체력적인 부담을 생각하면 예전보다 춤을 줄이고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법도 하지만 이번에도 춤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오랜만의 공연이라 욕심을 내고 있다. 나중에 후회하고 덜어낼지도 모르겠다"면서도 "20주년이라고 해서 오래된 공연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지오디 활동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데뷔 1만일을 맞은 지오디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멤버들의 배려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꼽았다. 그는 "누군가 조금이라도 엇나가더라도 '팬들이 있잖아'라고 하면 모두 수긍한다"며 "지오디 신곡은 우리도 팬들 못지않게 기다리고 있다. 30주년 전에는 억지로라도 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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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뒤 어떤 가수가 돼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예전에는 10년이 굉장히 멀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렇게 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느린 사람이잖아요.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주름이 조금 더 늘어 있는 정도겠죠."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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