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800VDC 전환 선언에
韓, 빠른 납기·턴키로 대응
전문가 "기술 입증·실증·민간 표준화 참여 필수"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800볼트 직류(800VDC) 전력 공급 체계를 도입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계에도 시장 확대 기회가 열리고 있다. 전력 변환 과정의 손실을 줄이는 직류 기술 수요가 늘면서 관련 기기와 시스템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실제 전력망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국제표준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전력난, 직류로 해결]④기술력 쥔 K전력, 글로벌 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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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안에서 지역 전력망까지…넓어지는 직류 시장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확보와 전력기기 공급 지연을 주요 과제로 안고 있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모아놓은 서버 랙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 손실과 발열을 줄일 필요성도 커졌다.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800VDC는 서버 랙에 직류로 전력을 공급해 전력 변환 단계를 줄이는 방식이다. 기존 교류 기반 공급 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직류 전력기기와 제어 시스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업계는 기술력과 납기 대응력을 바탕으로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기기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일괄 공급해 구축 비용을 낮추고, 미국 현지 거점 등을 활용해 공급 기간을 줄이는 전략이다. 김슬기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저전압 직류(LVDC)는 한국이 2010년대부터 기술 개발을 집중해 온 분야"라며 "직류 수요가 늘어나는 지금이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기회"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내부를 넘어 지역 배전망에 직류를 적용하는 중전압 직류(MVDC) 분야에서도 실증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나주~왕곡 6㎞ 구간에서 일반 공용 배전망에 MVDC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전은 실증과 함께 국제표준 수립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MVDC 백서 발간을 이끈 데 이어 이달 한국 주도의 분과위원회 설립 계획서를 제출했다. 간사국을 맡아 2032년까지 관련 국제표준 수립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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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다음은 운용 실적…표준 경쟁도 시작됐다

시장 확대가 수주로 이어지려면 개별 기기의 성능뿐 아니라 전력망 전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달라져 연결된 전력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오 한국에너지공대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부하 변동은 전력망 전체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내 전력 계통이 이를 안정적으로 수용하고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전의 실증 지원도 필요하다.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실제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한 실적이 없으면 해외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2029년까지 예정된 MVDC 테스트베드 등 국가 실증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제품을 검증하고 운용 실적을 쌓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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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 논의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도 과제다. 해외 기업의 기술 사양이 표준으로 채택되면 국내 업체는 이에 맞춰 제품을 다시 설계하거나 생산설비를 바꿔야 할 수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오랜 기간 국제표준 기구에서 활동하며 발언권을 확보해 왔다"며 "MVDC처럼 시장 형성 초기인 분야부터 국내 기업의 기술과 의견을 표준에 반영하는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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