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美가계, 부채 늘리며 생활비 충당"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 낮아"

미국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미국 가계가 지갑을 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높은 금리가 가계에 미치는 충격은 생각보다 훨씬 천천히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권희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고금리로 인한 가계 충격은 아주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며 급격한 소비 위축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월급은 물가 못 따라가는데…빚으로 버티는 미국 가계

고금리에도 외식·여가 지출 여전…"가계 충격, 아주 천천히 나타날 것" [클릭e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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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계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임금이 오르는 속도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각종 지표에서 급격한 소비 위축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식 등 금융자산에서 소득을 얻는 자산가들은 여유가 있고, 그렇지 못한 가계도 대출을 늘려 생활비를 메우고 있어서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물가는 비싸지고 임금 상승은 둔화하는데도 사람들이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 한다"며 "소비자들의 대처가 놀랍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규모의 돈을 빌려도 이자가 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연체를 걱정한 금융기관이 대출 문턱을 높일 수도 있다. 이같은 이유로 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개인소비 증가세는 느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급격한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지 않아"

고금리에도 외식·여가 지출 여전…"가계 충격, 아주 천천히 나타날 것" [클릭e종목] 원본보기 아이콘

그럼에도 고금리 충격이 가계에 전달되는 속도는 완만할 전망이다. 최근 급등한 건 채권시장 금리인데, 이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자동차 대출·학자금 대출은 빌릴 때 정한 금리가 계속 유지되는 고정금리 대출이다.


뉴욕 연은 자료를 보면 미국 가계 대출 중 모기지가 약 70%, 자동차 대출과 학자금 대출이 각각 9%를 차지한다. 가계 빚의 90% 가까이가 지금의 높은 금리와 직접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높은 금리를 떠안는 건 최근 집이나 차를 새로 산 사람들뿐인데, 이들은 수가 적고 애초에 이자를 감당할 여력이 있어 구매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실제 생활비를 메우는 데 쓰이는 대출은 쓰임새 제한이 없는 신용카드와 '헬록(HELOC)'으로 불리는 주택담보 신용대출이다. 변동금리라 과거에 빌린 돈까지 이자가 오른다.


그런데 이 두 대출의 금리는 시장금리가 아니라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를 따라 움직인다. 우대금리는 보통 미국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에 3%p를 더한 수준이다. 그 덕에 올해 시장금리가 치솟는 와중에도 신용카드·헬록 금리는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분 0.25%p만큼만 올랐다. 가계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신용카드 7%, 헬록 2%로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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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가계 부담이 직접 늘겠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며 "최근 급등한 금리가 내년 가계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지만,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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