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
조현 "러시아, 북극항로 운항에 협조적"
대러 제재·미국과 관계 등은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러시아와의 안정적인 관계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 제재와 미국·유럽 등 서방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국익을 위해 러시아와 외교적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번 북극항로 시험운항 과정에서 러시아가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지만 향후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항로 운영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13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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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북극항로 시험운항 성과와 향후 계획을 보고받은 뒤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도 중요하다"며 "국제관계라는 게 수시로 변하고 우리의 국익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논란과 어려움이 있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손잡고 대화하는 것처럼, 전쟁 중에도 외교하지 않느냐. 적국과도 외교하지 않느냐"며 "그게 외교의 원칙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극항로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정부의 보고 과정에서 나왔다.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유럽 항로보다 운항 거리와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러시아 연안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러 제재와 지정학적 갈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출발할 때부터 대러 제재에 저촉되느냐, 안 되느냐는 논란이 있었다"며 이번 시험운항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에 장애가 없었는지를 물었다. 이에 남재현 해양수산부 차관은 러시아의 북극 쇄빙선 운영회사가 대러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여름철에는 별도의 쇄빙선 지원 없이도 북극항로 통과가 가능해져 이번 운항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련 문제를 피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가 비협조적이면 제재와 관계없이 쉽지 않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다. 남 차관은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이번 운항 경로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통과한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 당국의 협조와 동의가 없으면 운항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의 현재 태도에 대해 "러시아가 협조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조 장관은 북극항로 운항 과정에서 러시아 내해를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며 당초 우려와 달리 러시아가 협조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할 경우 유럽 국가들이 대러 제재를 더욱 강화할 수 있고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미국과의 관계도 있다"며 외교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잘해야 한다. 세부적인 것은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지만"이라며 신중한 외교적 대응을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13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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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북극항로 개척이 단순한 해운업계의 사업을 넘어 국가 경제와 직결된 전략적 과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극항로는 유럽과의 거리가 3분의 2로 줄어들고 비용도 엄청나게 줄어든다"며 기후변화로 실제 운항할 수 있는 기간도 점차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지금 중동 상황이 악화하면서 수에즈운하 이용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유럽에 가려면 희망봉을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건 우리 국익에 매우 중요한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외교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 않겠느냐. 외교를 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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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내 컨테이너선 펜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을 왕복하는 시험운항에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지난 8월 22일 부산항을 출발한 선박은 유럽 기항을 거쳐 이달 11일 부산으로 돌아왔다. 유럽 편도 기준으로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운항 거리는 약 35%, 운항 기간은 약 10일 단축됐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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