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대리점, 51건 입찰서 담합 적발
경쟁 대신 카톡으로 낙찰 순번 정해 폭리
학부모의 교복값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교복 학교주관구매 제도의 허점을 노려 수년간 입찰 가격을 짬짜미해 온 지역 교복 대리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학생 수 감소로 교복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자 업체들은 출혈 경쟁을 벌이는 대신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낙찰 순번을 정하는 등 은밀한 카르텔을 형성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와 처인구, 울산광역시 남구, 경상북도 영천시 등 3개 지역에 소재한 10개 교복 대리점이 총 51건의 중고등학교 교복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억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3일 밝혔다. 적발된 업체들은 지역 내 교복 시장을 분할 점유하고 있는 유명 브랜드 대리점들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치밀하게 합의한 뒤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된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는 스마트학생복 용인점, 아이비클럽 용인점, 엘리트학생복 용인점, 쎈텐학생복 용인점 등 4개 대리점이 2022년 9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8개 학교가 발주한 15건의 입찰에서 담합을 저질렀다. 이 지역의 오랜 터줏대감이었던 스마트학생복 용인점은 신규 업체의 진입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자, 저가 수주를 막고 목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 업체들에 문자메시지로 낙찰 희망 학교 명단을 보내며 협조를 구했다. 다른 대리점들이 이를 순순히 수용하면서 일부 입찰에서는 담합을 통해 예정 가격 대비 평균 98.29%라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낙찰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들 4개 대리점에 총 72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아울러 단독 응찰에 따른 유찰을 막기 위해 1건의 입찰에서 전화로 들러리 투찰을 합의한 용인시 기흥구의 스쿨룩스 기흥점과 스마트학생복 신갈점에는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울산 남구와 경북 영천시에서는 업체 대표들 간의 사적인 친분이나 지역 내 과점 구조가 담합의 든든한 토양이 됐다. 아이비클럽 울산남구점과 스마트학생복 울산남구점 대표들은 과거 직장 동료였던 인연을 바탕으로 카카오톡을 통해 6건의 입찰에서 낙찰자와 들러리를 정했으며, 이에 따라 총 9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경북 영천시의 스마트학생복 영천점과 엘리트학생복 영천점은 지역 내 브랜드 업체가 단 두 곳뿐이라는 폐쇄성을 노려 무려 29건의 입찰에서 담합을 벌였다. 이들은 교복 샘플 설명회에서 만나 상호 경쟁을 피하기로 합의한 뒤, 직전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다음번 낙찰을 무조건 가져가는 이른바 낙찰 순번제를 도입해 2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러한 교복 시장의 짬짜미 관행은 매년 시도교육청이 고시하는 상한가 범위 내에서 학교가 최저가 입찰로 업체를 선정하는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당 입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자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정당한 경쟁보다는 불법적인 공생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비싸고, 냄새나고, 무섭다"…발길 뚝 끊긴 '신혼...
공정위는 지난 2010년 이후 전국적으로 총 52건의 교복 입찰 담합을 적발했으며, 2026년 4월부터는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율 하한을 대폭 상향하는 등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을 올리고 있다. 또한 지난 5월부터 16개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을 통한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며, 민생 경제를 위협하고 학부모의 주머니를 터는 교복 담합 행위에 대해 직권조사 등 엄중한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