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외교에서 굴종적·사대적 태도 지양해야…국가 간 이견 있을 수도"
최근 불거진 '한미동맹 이상 기류' 논란에
李대통령 "이견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어"
대미전략투자 성과에 외교부·산업부 격려
"가장 국익에 부합한 결론 낸 게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한미동맹을 우리 외교의 핵심축으로 유지하되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굴종적이거나 사대적인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미동맹을 둘러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대미 전략투자 협상을 이끈 외교·통상 당국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원칙을 당부한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가파른 경제 성장의 성과가 국민 삶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택 공급, 일자리 안정, 포용금융 등 3대 핵심 사회정책에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외교 방침은 명확하게 실용적 국익 외교"라면서 "대한민국만을 위한, 대한민국의 국익이 지켜지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 관계에서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가 간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견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불거진 '한미동맹 이상기류'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언급을 이유로 한국과의 북한 핵시설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야당은 이를 근거로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했고 정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날 이 대통령이 직접 '이견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정 장관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대외 협상으로 국익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자칫 잘못하면 국가 간 이익 경쟁에서 우리의 국익을 희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대미 협상에 참여한 외교부와 산업통상부를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대미) 전략투자 대상으로 지목된 여러 나라 중 가장 오래 협상이 계속됐고, 가장 국익에 부합한 결론을 낸 게 대한민국"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측이 한국 협상단을 '터프하다'고 평가한 데 대해서도 "(미국의) 불만인 동시에 칭찬이기도 하다"며 "정말 고생했고 잘했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성장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는 양극화 해소를 세심하게 챙기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 기관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면서도 "성장의 빛이 화려할수록 그 이면의 그늘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들을 계속 방치하면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우리가 어렵게 열어젖히고 있는 새로운 성장의 문도 금세 닫힐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 대통령은 "더 큰 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양극화의 골을 메우고 불평등의 벽을 낮추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주택 공급과 일자리 안정, 포용금융 등 3대 핵심 사회정책의 추진에 정부 역량을 집중해달라"라고 주문했다.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도 사회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격차 완화는 동전의 양면이자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 발굴에 속도를 내달라"라고 주문했다.
복지 제도는 신청주의 탈피를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민이 국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비로소 지원하는 신청주의에서 벗어나 국가가 먼저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찾아 지원하는 자동 지원 복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계 부처에는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마땅한 권리"라며 하위 법령 정비와 기관 간 협력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주문했다.
북극항로 시험운항 성과에 대해서는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후속 준비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부산으로 귀항한 팬스타 아크로호의 성공적인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언급하며 "지속적인 시험운항을 통한 항해 데이터 축적과 경제성·안전성 검증을 해달라"라고 주문했다. 특히 쇄빙 능력을 갖춘 선박 확보, 보험·금융 지원과 함께 부산항 인프라 확충, 가덕신공항 건설, 철도 물류망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극항로 인접 국가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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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스토킹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 피해 사건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 공백을 이유로 피해자의 고통과 공포를 방치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가해자의 접근을 실효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을 주문했다. 또 자동차 배터리 제조 공장에서 노동자들에게 중금속 배출 주사를 '비타민 주사'로 속여 투약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노동자를 물건 취급하는 것"이라며 신속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법적 조치를 지시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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