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보존안 또 보류… 현장 확인 후 재심
세계유산영향평가 행정소송 21일 시작
주민 "재산권 침해"… 유산청 "평가해야"
사업시행계획인가, 종로구 등 법률 검토 중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수립한 세운4구역 유적 보존방안이 또다시 정부 심의를 넘지 못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는 정부 명령에 대한 행정소송도 이달로 예정돼 있어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가유산청 자문기구인 국가유산위원회는 최근 SH의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 보존방안'을 재심의, 또다시 보류 판단을 내렸다.
국가유산위원회는 지난 8월 SH 제출안을 보류했다. 당시 위원회는 사업시행계획 변경이 확정된 이후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SH는 반발, 구체적인 사유와 판단 기준을 공개하고 심의를 재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최근 진행한 재심의에서 현장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SH에 "사업 시행자가 제시한 보존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일부의 보존 위치와 방법 등에 대해 현지 조사를 실시한 후 재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SH가 제안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보존방안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방식의 '조건부 의결'도 사실상 거부했다. 문화재 보호와 함께 개발을 진행하도록 해달라는 것으로 향후 변경에 대비한 절차를 확보하고 장기간의 소송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위원회는 현장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와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심의 대상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조선시대 이문(里門)과 관련 유구와 부지 북측 배수로다. SH는 이문을 지상 동편 빈 공간으로 이전하고 선대유구, 배수로 등을 이동하는 계획을 세웠다. 모두 주민 동의까지 받은 상태로 발굴 자료를 전시하는 기존 공간의 면적을 넓혀 지하 1층에 설치하자는 내용도 포함했다. SH 측은 "동일 유적의 보존방안은 이미 2024년 1월 당시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된 바 있고 SH는 당시 제시된 요구사항을 반영, 보존계획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양측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SH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는 국가유산청의 명령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은 오는 21일부터 시작한다.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 후 그 결과를 반영해 사업시행변경계획을 보완·조정하라"고 명령한 데 대해 SH는 "적법하게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해 국가유산청에서 이행명령을 내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고시까지 끝난 세운4구역 재개발의 사업시행계획인가도 법률·행정적 타당성 검토 작업을 받고 있다. 관할 자치구인 종로구가 국민의힘 소속 전임 구청장 퇴임을 앞두고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고시했는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 구청장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SH는 장래의 불확실한 취소 가능성을 이유로 현존하는 인가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며 사업의 적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 역시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에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인허가 방해 행위"라며 반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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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의 입장은 단호하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주 국회에 출석, "세운지구는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데 똑같은 높이의 빌딩이 올라가는 것은 모순인 만큼 세계유산 가치에 따라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사업 주체인 토지주 등 주민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종묘 외대문에서 180m 떨어져 있어 유산완충구역(100m)으로 지정해도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SH가 사업부지 내 건축 설계를 위해 실시한 시추 작업건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SH가 세운4구역 부지에서 허가 없이 최대 약 38m 깊이 시추작업을 해 매장유산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3월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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