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학회·국힘 박수영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를 활용해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재정학계 원로들이 국가채무 확대와 재정 운용의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취지와 달리 국채를 새로 발행해 여유자금을 쌓는 구조는 이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금 지출에 앞서 국가채무를 상환하고, 재원 감소에 맞춰 사업 규모를 조정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재정학회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를 열고 미래대응기금의 재정적 의미와 운용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초과 세수의 채무 상환 활용, 기금 적립 방식의 적절성, 사업 성과 관리, 지방재정 자율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신현송 총재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6.10.12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신현송 총재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6.10.12 [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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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미래대응기금이 아니라 미래저당기금"이라고 비판했다. 내년도 예산이 821조원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래기금까지 편성하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래기금 중 45조6000억원은 내년에 집행된다"며 "운용 사업이 3~5년짜리여서 이재명 정권이 끝나면 한 푼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구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104조4000억원을 기금 여유자금으로 적립하기 위해 106조2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만큼, 조달 비용이 운용 수익을 웃돌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국채 조달금리가 4.3%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적립 수익률은 3.85%"라며 "금융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도 국채 발행과 기금 운용 간 금리 차이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미래에 사용할 여유자금 적립은 이와 비슷한 규모인 106조원의 국채를 신규 발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국채 발행 금리와 기금 여유자금의 운용 금리 간 차이만큼 국민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채는 10년물 기준 4.39% 수준의 금리를 부담하지만, 단기성 자금 중심으로 운용되는 기금에서 이에 상응하는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해외 국부펀드와의 비교도 제기됐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노르웨이나 칠레의 기금은 순채권자 상태에서 자원 수입을 금융자산으로 전환하는 저축"이라며 "반면 우리는 순채무자 상태에서 빚을 내 자금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저축이 아니라 미래세대에 상환 부담을 넘기는 또 다른 형태의 지출"이라고 비판했다.


기금의 우선순위를 국가채무 상환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좌장을 맡은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 국가채무가 약 1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하루 평균 약 1118억원의 이자 비용이 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추가 세수 중 100조원 상당은 국가채무 축소에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기축통화국 11개국 가운데 한국은 부채 비율이 세 번째로 높고 부채비율 상승도는 가장 높다"며 "올해는 56.6%로 비기축통화국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60%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수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4대 분야에 대한 고정지출을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국채 상환을 기금의 최우선 지출 분야로 제시했다.


옥동석 열린사회포럼 이사장은 장기 재정 전망에 기반한 재정준칙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30여년의 장기재정전망을 기초로 재정준칙을 세워야 한다"며 "현행 법령과 제도가 유지되면 207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7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 만큼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채 상환 역시 미래세대의 재정 선택권을 보장하는 투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기금의 지출 구조와 통제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조 전 수석은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초과 세수가 지속적인 재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재원이 끊기면 이 지출도 끝나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낼 장치가 설계 단계부터 빠져 있다"고 말했다. 기금에 포함된 140개 세부 사업의 성과를 검증하고, 재원 상황에 따라 지출 규모와 기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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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운용의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싼 우려도 나왔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은 예산 확대 과정에서 국회의 재정 통제권이 약화했다고 비판했고, 현진권 전 국회도서관장은 미래대응기금이 지방교부세를 통한 지방의 세출 자율성을 중앙정부의 의사결정 구조로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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