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간 사망자 명의 마약류 처방 150건
사망정보 월 1회 연계…처방 차단은 '불가'
명의도용 28건 수사의뢰…처벌 관리 안 해

#. A씨는 숨진 배우자를 '거동이 불편한 환자'로 둔갑시켜 졸피뎀과 클로나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 20정을 대리 처방받았다. 배우자가 직접 병원에 올 수 없다는 이유를 댄 것이다. A씨는 약이 처방된 뒤에야 사망자 명의도용 의심자로 적발돼 경찰에 수사 의뢰됐다.


#. 숨진 자녀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속인 B씨는 최면진정제와 항불안제 등 의료용 마약류 5종을 대리 처방받았다. 이후 보건 당국이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현장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명의도용 정황을 뒤늦게 발견해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2024년 5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약국 밀집지역을 찾은 고객이 약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2024년 5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약국 밀집지역을 찾은 고객이 약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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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사람의 명의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처방 단계에서 사망자 명의를 즉각 걸러내지 못하는 데다, 명의도용 의심 사례의 처벌 결과를 통합 관리하지 않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민등록 사망말소일 이후 의료용 마약류가 처방된 기록은 2023년 57건, 2024년 32건, 지난해 27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4건으로, 지난해 연간 건수를 넘어섰다. 이 기간 의료용 마약류의 처방량은 3700여개에 달한다.

처방 기록에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부터 수면제, 식욕억제제까지 포함됐다. 약물별로는 마약성 진통제가 5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펜타닐 비주사제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모르핀 8건, 옥시코돈 13건, 페티딘 2건 순이었다. 졸피뎀 등 수면제는 38건, 펜터민·펜디메트라진 등 식욕억제제도 12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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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명의의 마약류 처방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정보 연계와 관리 시스템의 한계가 있다. 식약처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전산정보를 통해 사망말소 정보를 제공받고 있지만, 정보 갱신은 월 1회에 그친다. 식약처가 운영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의료기관과 약국의 처방·조제·투약 내역을 사후에 보고받는 구조다. 사망자 명의로 처방이 이뤄지더라도 해당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경고를 띄우거나 처방 자체를 차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처방이 이뤄진 뒤에야 사망정보와 대조해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사망자 명의 도용 적발 이후 관리 공백이 이어지면서 유사한 마약류 불법 처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사망자 명의도용 위반을 확인하고 수사 의뢰한 사례는 2023년 12건, 2024년 8건, 지난해 5건, 올해 상반기 3건 등 총 28건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경찰·검찰·법원·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실시하는 수사와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 현황을 통합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위반 사실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넘기는 데 그칠 뿐 이후 처벌이나 행정처분 결과 등 사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망자 명의의 마약류 처방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사망정보를 실제 처방·조제 단계와 연계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 본인확인 절차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식약처가 운영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처방 이후의 기록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만큼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사망자 명의 사용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사 의뢰 이후 처벌·행정처분 결과까지 관계기관이 연계해 관리하는 방안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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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사망자 명의로 마약류 처방 기록이 남는 근본적인 원인은 한 달에 한 번 이뤄지는 더딘 정보 연계와 실시간 차단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며 "사망정보를 실제 처방·조제 단계와 실시간으로 연동해 오남용을 원천 차단하고, 수사 의뢰 이후의 처벌 및 행정처분 결과까지 엄격히 추적하는 전 주기적 관리체계를 즉각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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