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서 '금융사기예방 간담회' 실시
전재홍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발표
우리은행, 조직 차원 금융사기 예방체계 강화

"'나도 금융사기에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게 금융사기에 대응하는 출발점입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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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은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에서 본점에서 진행된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 수석은 24년간 경찰로 근무한 뒤 총경으로 퇴직한 금융사기 수사 전문가다. 초기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알려진 '김미영 팀장' 사칭 조직의 총책 등 운영진 검거와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 금융사기에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어떤 방식의 사기가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며 "이런 생각을 해야 금융사기 대응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사기 중 가장 조심해야 할 수법으로는 친분을 쌓은 뒤 투자를 유도하는 '피그부처링(Pig Butchering)'과 금융사기 피해자에게 피해금 회수를 미끼로 접근하는 '리커버리 스캠(Recovery Scam)'을 꼽았다. 피그부처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뒤 투자를 권유하는 사기 수법이다. 중국어 '사주판'에서 유래한 용어로 '돼지를 잡아 도축하는 과정'처럼 오랜 기간 정성껏 관리해 신뢰를 쌓고 거액을 가로채는 방식을 가리킨다.


피그부처링에는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는 '투자사기형'과 연인 관계를 가장하는 '로맨스스캠형'이 있다. 투자사기형의 경우 SNS로 접근해 초기에는 소액 투자를 유도해 수익을 경험하게 한다. 이후 가짜 투자 플랫폼에 가입하도록 한 뒤 추가 투자를 유도하고, 출금을 막은 후 잠적한다. 로맨스스캠형은 SNS나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에서 우연을 가장해 접근하는 식으로 시작한다. 매일 안부를 묻고 미래를 약속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한 뒤, 투자 성공담과 조작된 수익 화면을 자연스럽게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어 '함께 미래를 준비하자'며 투자를 권유하고 거액을 편취 후 증발한다.

전 수석은 "피그부처링은 자발적으로 돈을 보냈기 때문에 피해 회복도 더딘 상태"라며 "특히 로맨스스캠은 SNS에서 배우자나 반려견, 반려묘 등을 떠나보낸 사람에게 연락해 외로운 마음을 이용하는데, 사랑과 투자금을 동시에 잃어 피해 인지와 신고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커버리 스캠은 이미 금융사기 피해를 본 사람을 대상으로 한 2차 사기다. 범죄조직이 피해자 정보를 파악한 뒤 수사기관 관계자나 환불 전문가 등을 사칭해 접근하는 방식이다.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처럼 속여 수수료나 세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


전 수석은 금융사기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범죄 기회의 확대'와 '국제화된 범죄조직에 비해 추적·검거 체계가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를 지목했다. 스마트폰, SNS,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의 사기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범죄조직이 해외에 거점을 두고 국가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어 수사와 검거에 많은 시간과 제약이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범죄 거점도 대만과 중국을 거쳐 필리핀·태국·캄보디아 등으로 분산되고, 조직도 소규모로 쪼개지는 추세다.


전재홍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진화하는 금융사기 수법과 주요 피해예방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은행

전재홍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진화하는 금융사기 수법과 주요 피해예방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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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수석은 "경찰청 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기 피해액은 2022년 7911억원에서 지난해 2조3755억원으로 3년 만에 약 3배 증가했다"며 "과거 한 조직이 전화 중심으로 범행을 저지르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기술개발, 유인·실행, 자금이동·세탁 등이 각각 분업화되고 스마트폰·SNS·메신저와 생성형 AI 등 새로운 기술까지 결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수석은 금융사기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환급률은 22% 수준"이라며 "사후 환급보다 송금 전 위험징후를 발견하고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조직 차원의 금융사기 예방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전 수석을 영입했다. 강북경찰서, 안양만안경찰서 등 외부기관과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신종 금융사기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공동 대응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과 자금세탁방지(AML) 부서 간 협업을 통해 금융사기 의심 정보의 활용 범위도 넓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모니터링 과정에서 고객과 관련자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고 사기 가능성을 포착해 2억6000만원의 피해를 막기도 했다. 대출금 추가 피해도 차단한 바 있다. 1억8000만원 대출금이 금거래소 계좌로 이체되는 과정에서 이상거래를 탐지해 피해자와의 통화 과정에서 검찰 사칭범 지시에 따른 거래임을 파악했다. 이에 거래를 중단시키고 신고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기예방을 선도하는 우리은행'을 중장기 비전으로 내놨다. 우선 AI 기반 탐지역량과 전문 대응조직, 외부기관 협력·교육체계를 기반으로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이후 탐지·분석 업무 표준화와 전문인력·교육 확대, 정보공유·신고 연계를 통해 조직의 대응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향후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통신정보를 결합해 신종 금융사기 대응 속도도 높인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새로운 금융사기 유형과 이상징후를 분석하고 신규 탐지 시나리오 및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다음 달까지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연말까지 안정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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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인사말에서 "피해가 발생한 뒤 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징후를 한발 앞서 포착해 고객의 자금이 사기범에게 넘어가기 전에 차단하는 예방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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