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 확정
자살동기 분류 7개→27개 세분화
건보·복지 데이터 연계 추진
자살예방센터 인력 확충·치료비 지원 확대
정부가 자살예방 정책을 보건복지부 중심에서 범정부 차원으로 확대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살 위험 예측 체계를 구축한다. 자살예방센터 인력을 확충하고 자살시도자에 대한 일시보호 서비스를 도입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별 자살률과 예방 노력 평가 결과도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12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제1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 9월 마련한 국가자살예방 전략과 이후 발표한 9대 분야별 대책을 통합·조정해 법정 기본계획으로 격상한 것이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선 것은 자살 문제가 정신건강뿐 아니라 채무와 빈곤, 고립, 돌봄 부담, 학업 스트레스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복지부 중심으로 추진했던 예방 정책의 한계를 넘어 각 부처가 소관 분야의 위험 요인을 직접 해소하도록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우리나라의 자살사망자 수는 최근 감소세를 보여 작년 자살사망자는 1만4144명으로 전년보다 728명(4.9%) 줄었다. 국가데이터처의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자살사망자는 7432명으로 전년 동기(8475명)보다 1043명(12.3%) 감소했다.
새 기본계획의 비전은 '생명보호가 기본인 사회, 든든한 기본(B.A.S.I.C.)으로 완성하는 생명존중 대한민국'이다. 2024년 29.1명 수준인 자살률을 2030년까지 33.3% 수준인 18.9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대 전략은 ▲생명지킴 안전망 ▲적극적 발굴·예방 ▲구조적 근본 원인 해소 ▲맞춤·통합형 자살예방 정책 ▲국가·사회 책임 강화로 구성됐다.
우선 자살위기 발생 시 국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자살대응실을 설치한다. 자살시도 발생 상황을 확인하고 지역의 대응을 관리·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살예방센터 인력도 센터당 평균 5명에서 내년에는 7.1명으로 늘린다.
입원하지 않은 자살시도자에게도 최대 24시간 일시보호 서비스를 제공해 상담과 회복을 지원하고 필요한 서비스로 연계한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현재 14개에서 2030년 17개로 확대하고,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도 2027년까지 103개로 늘릴 계획이다. 자살시도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 한도는 현행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응급입원료 지원 상한은 45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높인다. 난치성 우울증 치료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가족상담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자살 위험군을 먼저 찾아내는 체계도 구축한다. 당사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정신의료기관과 자살예방센터 간 연계를 확대하고, 위기가구 통합발굴플랫폼 등을 활용해 위험군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 현재 정신건강·경제·질병·가정 문제 등 7가지로 분류하는 자살동기 분류체계는 대분류 4개, 중분류 9개, 소분류 27개로 세분화한다. 건강보험과 사회보장급여 수급 이력 등 관련 데이터를 연계·분석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자살예방 상담일지 작성과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등 반복 업무를 AI가 지원하도록 해 전문인력이 고위험군 상담과 사례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AI 기반 예측 모델은 현재 연구 단계로, 구체적인 구축과 활용은 후속 과제로 추진된다.
자살의 사회·경제적 원인을 해소하는 대책도 포함됐다. 장기채무 조정을 통해 지원 사각지대를 줄이고 불법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강화한다. 저소득층 지원과 긴급생계비 지원을 비롯해 고립 예방, 가족 돌봄 부담 완화 정책도 추진한다. 학생·청소년, 범죄피해자, 경찰·소방·군인 등 특수직군, 자살유족에 대해서는 대상별 특성과 위험 경로에 맞춘 예방·치료·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은 전국으로 확대하고, 사건 발생 직후 개입해 원인 규명과 심리적 안정을 돕는 '유족보호관'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부처별 책임 묻고 지자체 성과 공개
특히 지방정부의 책임을 강화해 지자체별 자살률과 예방정책 추진 노력을 함께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우수 지자체에는 포상과 재정 인센티브를 연계한다. 자살예방센터 설치 여부에 머물렀던 평가도 상담 실적과 자살사망자 감소, 예방사업 투자 규모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정부는 각 부처와 지자체의 이행계획 수립부터 추진실적 평가, 결과 공개, 개선 및 인센티브 제공까지 이어지는 관리체계를 구축해 2030년까지 정책 성과를 본격적으로 창출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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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국무총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책무"라며 "자살은 특정 부처의 일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인 만큼 지자체별 실적을 면밀히 살피고 현장에서 효과를 거둔 사례를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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