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KAIST 공동 연구
증식 빠른 암세포서 항암제 관련 돌연변이 더 많이 축적
휴면 암세포의 재발·치료 저항성 규명 기반 마련

항암치료를 받는 전이성 대장암에서 암세포들이 서로 다른 유전적 변화를 축적하며 독자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이 밝혀졌다. 특히 증식 속도가 빠른 암세포일수록 항암제 관련 돌연변이가 더 많이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번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교수(왼쪽)와 이원희 KAIST 교수. 국립암센터

김번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교수(왼쪽)와 이원희 KAIST 교수. 국립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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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김번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 연구진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전이성 대장암의 암세포 진화 과정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전이성 대장암은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진 뒤에도 치료 과정에서 암세포의 유전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기존에는 여러 종류의 암세포가 섞인 종양 조직 전체를 분석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돼 개별 암세포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이성 대장암 환자 6명의 원발암과 전이암 조직에서 환자 유래 종양 오가노이드(tumoroid)를 구축했다. 오가노이드는 환자의 종양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만든 3차원 세포 모델이다.

연구진은 오가노이드에서 단일 암세포를 분리해 각각 독립적으로 배양하고, 개별 암세포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클론을 확보했다. 이어 이들 클론과 18개 종양 조직을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분석을 실시하고, 암세포들이 유전적 변화를 축적한 순서를 계통수 형태로 재구성했다.


분석 결과 전이성 대장암의 암세포들은 하나의 동일한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포 계통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유전적 변화를 축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이암 세포들은 암 진행 과정에서 형성된 특정 세포 계통을 공통 조상으로 공유했다. 이는 일부 암세포가 선택적으로 살아남아 전이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항암제가 암세포에 남기는 유전적 흔적도 분석했다. 대표적인 대장암 항암제인 5-플루오로우라실(5-FU)과 옥살리플라틴을 투여받은 환자의 암세포에서는 세포 하나당 평균 1400개의 항암제 관련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는 전체 변이의 약 8%에 해당한다.


돌연변이 축적 정도는 암세포의 증식 속도에 따라서도 달랐다.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는 세포 분열이 활발할수록 항암제 관련 유전적 변이가 더 많이 축적됐다. 반면 분열을 멈추거나 매우 느리게 자라는 휴면 상태의 암세포에서는 항암제 관련 변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러한 결과는 증식이 활발한 암세포와 휴면 상태의 암세포가 항암치료에 서로 다르게 반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휴면 상태의 암세포가 항암치료를 피해 살아남을 경우 이후 암 재발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종양 조직 전체를 분석하는 기존 접근법을 넘어 단일 암세포 수준에서 유전적 변화와 진화 과정을 추적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기능적 연구를 확대해 암세포의 휴면과 치료 저항성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 환자별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연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번 교수는 "환자의 원발암과 전이암 조직에서 오가노이드를 구축하고 이를 단일 암세포 단위로 분리·배양해 각각의 암세포 계통을 분석할 수 있는 연구 플랫폼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암세포의 휴면과 치료 저항성의 관계를 규명하고 환자별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연구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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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개발사업 및 국립암센터 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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