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병원체 연구원, 원인 불명 폐렴 사망
러시아 "페스트균 안 나와…추가 감염 없어"
WHO "사인 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러시아 시베리아의 페스트(흑사병) 연구소 연구원이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숨진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사인이 된 병원체를 공개하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정보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연구소 사진.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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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페스트 연구소서 나온 원인 불명 사망


1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시베리아·극동 페스트 방역 연구소' 연구원 다리야 시필로바(28)는 지난달 27일부터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이틀 뒤 병원에 입원했지만, 증세가 급격히 나빠졌고, 이달 2일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증상이 나타난 지 일주일도 안 돼 사망한 것이다.

페스트 감염 의혹이 제기된 것은 연구소의 성격 때문이다. 이 연구소는 페스트균 등 고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기관이다. 일부 매체는 시필로바가 지난달 25일 살아 있는 병원체가 든 시험관을 다루다 바닥에 떨어뜨려 깨뜨렸다고 보도했다. 시필로바의 증상 경과가 '폐렴형 페스트'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폐렴형 페스트는 페스트균이 폐에 감염된 형태로, 호흡기 비말을 통해 사람 사이에 전파되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일 안에 숨질 수 있다.


다만 러시아 당국은 페스트 감염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공식 사인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중증 폐렴'으로 발표했다. 당국은 "사망자의 검체에서 연구소가 다루던 고위험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았고, 페스트균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실험실 내 병원체 누출 사고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고리 코브제프 이르쿠츠크주 주지사도 "시필로바는 백신을 맞아 연구 과정에서 다루던 위험 감염병에 대한 면역이 있었다"며 "연구소에서 병원성 미생물 관련 사고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국은 또 "격리·관찰 대상자 약 200명 가운데 코로나19와 리노바이러스 감염자가 각 2명 나왔을 뿐 추가 감염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WHO에 약 5000건의 검사에서 위험 병원체가 검출되지 않았고, 격리 대상자의 90%를 해제했다고 알렸다. 코브제프 주지사는 8일 방역 조치를 마치고 격리를 해제했다고 발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추측과 소문에 귀 기울이지 말고 정부 공식 발표를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 부인 속 엇갈린 현지 정보…WHO도 압박


하지만 현지에서는 당국 설명과 다른 정보가 잇따랐다. 외신에 따르면 인근 바이칼스크시 당국은 "셸레호프시에서 페스트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비공식 정보가 있으니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경고문을 텔레그램에 올렸다가 2시간 만에 삭제했다. 이후 '채널 5', 'REN TV', 일간지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에서 페스트 관련 기사가 잇따라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에서는 두 번째 환자가 나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보건당국은 8일 "두 번째 발병 정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유행병·팬데믹 관리 책임자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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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페스트가 아니라면 사인이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중보건 당국자를 지낸 라지 판자비 박사는 "이미 정밀 검사를 마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유행병·팬데믹 관리 책임자는 "페스트가 사인에서 최종 배제됐다면 실제 사인을 일으킨 병원체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국제보건규칙(IHR)에 따라 잠재적 공중보건 위험을 평가하려면 제때 온전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WHO는 두 번째 환자 보도와 관련해서도 러시아 측에 정보를 요청했다. WHO는 초기 위험평가에서 확산 위험을 '낮음'으로 분류했으나, 러시아가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독립적인 정밀 평가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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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도 러시아에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미 국무부는 뉴스위크에 "러시아 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고 공개적으로 공유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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