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일랜드 앞바다에 의도적 침몰
2년 만에 해양생물 서식지 형성
불법 담배 3200만 개를 운반하다 적발된 밀수선이 바닷속 해양생물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탈바꿈해 화제다. 오랫동안 항구에 방치돼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선박이 인공 암초로 재탄생하면서 해양생태계 복원과 관광 활성화라는 뜻밖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12일 연합뉴스TV는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와 미국 피플 등을 인용해 아일랜드 북서부 킬랄라만 앞바다에 침몰한 화물선 'MV 싱글(Shingle)호'가 2년 만에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공간으로 변한 모습을 공개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14년 싱글호는 여름 슬로베니아에서 아일랜드 드로이다로 향하던 중 불법 담배 3200만 개를 싣고 있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법적 절차를 거쳐 아일랜드 세관 당국이 선박을 압류했지만, 이후 처리가 문제였다. PEOPLE
당초 몰도바 선적의 싱글호는 불법 담배 밀수에 이용된 선박이었다. 지난 2014년 싱글호는 여름 슬로베니아에서 아일랜드 드로이다로 향하던 중 불법 담배 3200만 개를 싣고 있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법적 절차를 거쳐 아일랜드 세관 당국이 선박을 압류했지만, 이후 처리가 문제였다. 선박 곳곳에서 녹과 석면 등이 발견됐고, 노후화가 심해 매각이나 해체에도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길이 약 60m에 달하는 싱글호는 현재 해안에서 약 4㎞ 떨어진 수심 30m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 최근 공개된 수중 영상에는 선박 표면에 따개비와 해면동물, 멍게류 등이 달라붙어 자라고 있으며, 주변으로 여러 물고기가 모여드는 모습이 담겼다. 결국 싱글호는 약 9년간 더블린항에 묶여 있었다. 이 기간 매달 약 7000유로의 정박료가 발생했으며, 선박 유지·보수와 관련 작업 등에 투입된 비용은 총 200만 유로(약 33억원)를 넘어섰다. 막대한 관리 비용에 고민하던 당국은 지역 단체와 지방정부가 제안한 인공 암초 조성 사업에 주목했다.
선박을 단순히 폐기하는 대신 바닷속에 가라앉혀 해양생물의 서식지로 활용하자는 계획이었다. 이에 당국은 석면과 잔류 기름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유해 물질 제거에만 약 65만 유로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 기준에 맞춰 정비를 마친 싱글호는 2024년 9월 18일 킬랄라만 앞바다에서 밸브를 열어 의도적으로 침몰시켰다.
이후 약 2년이 흐른 현재, 싱글호는 다양한 해양생물이 모여드는 인공 암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일랜드 애틀랜틱공과대학교의 해양생태학자 호세 마리아 파리냐스-프랑코 박사는 "선박이 물속에 있었던 기간을 고려하면 상당히 인상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공 구조물에는 따개비와 갯지렁이 등 초기 정착 생물이 먼저 자리 잡고, 이후 멍게류를 비롯한 다른 해양생물이 서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서 먹이 공급원이 늘어나고 물고기들이 모여들면서 점차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역 관광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지 지방정부에 따르면 인공 암초 조성 사업은 스쿠버다이빙 등 해양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에는 연간 약 1만2000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특히 여름 성수기뿐 아니라 연중 관광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후 선박을 바다에 가라앉히는 방식이 일반적인 폐선 처리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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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냐스-프랑코 박사는 인공 암초가 자연 암초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며, 선박을 의도적으로 침몰시키는 방식 역시 폐선 처리의 기본적인 선택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적절한 환경 관리와 장기적인 관찰이 이뤄진다면 인공 암초가 해양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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