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병대원, 日 여성 강도살인 혐의 체포
미군, 48시간 금주·30일 야간 외출 금지
오키나와 "말뿐인 대책 말고 기지 줄여야"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국 해병대원이 현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미군의 외출·음주 금지 조처에 대해 일본 내에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섬의 미 해병대 항공기지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AP연합뉴스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섬의 미 해병대 항공기지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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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서 30대 여성 숨져…강도살인 혐의 美 해병 체포


9일 일본 오키나와 지역 일간지 류큐신보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3일 새벽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한 호텔에서 일어났다. 39세 일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지갑과 배낭 등 소지품이 사라졌다. 지역 경찰은 다음 날인 4일 후텐마 비행장 소속 20세 미 해병대 일병을 강도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고, 5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 이후 미군은 7일 정오부터 48시간 동안 장병의 기지 밖 외출을 허가하지 않고 기지 안팎에서의 음주도 금지했다. 또 9일부터 30일간 '반성 기간'에 들어가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야간 외출을 금지할 예정이다. 현지 미군 지휘관과 주일 미국대사에 이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까지 일본 측 수사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말뿐인 대책 말고"…반복되는 미군 범죄에 분노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이러한 조치로 충분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자 겐타 오키나와현 지사는 체포 당일인 4일 "기강 확립과 장병 교육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7일 도쿄를 찾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요청서를 전달했다. 고자 지사는 "최근 발생한 강도 살인 사건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큰 충격과 불안을 안겨줬고, 기지 관련 부담 경감의 급박한 필요성을 다시금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미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바뀐 것이 없다"며 "말뿐인 대책이 아니라 미군 기지 부담을 줄여달라"고 했다.

11일 일본 오키나와 현청 소재지인 나하시에서 시민들이 꽃과 플래카드를 들고 성폭력이나 여성에 대한 흉악범죄에 항의하고 있다. 류큐신보

11일 일본 오키나와 현청 소재지인 나하시에서 시민들이 꽃과 플래카드를 들고 성폭력이나 여성에 대한 흉악범죄에 항의하고 있다. 류큐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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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도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한 시위 참가자는 "전체 미군 기지의 70%가 국토의 0.3%에 불과한 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사실상 1%의 인구에 99%의 부담을 전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한 일본 기자는 "미군의 30일간 야간 외출 금지 조치 등이 재발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보느냐"고 꼬집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지난 7일 "미군이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도 9일 "미국 측이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기강 확립과 사건 발생 방지를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 측에) 수사에 대한 전면적인 협조, 미군과 관계자에 의한 재발 방지 대책의 철저한 이행,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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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는 미군 범죄가 반복돼 왔다. 지난 2008년 해병대원의 여중생 성폭행 사건 때도 미군은 오키나와 주둔 장병의 외출을 금지했었다. 지난 2016년에는 해병대원 출신 미군 군무원이 20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995년 미군 3명이 12세 소녀를 납치해 집단 성폭행한 사건은 대규모 시위로 번지기도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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