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KAIST, 고전압서 150회 충·방전 후 용량 80% 유지
리튬이온 결합 약화하는 '협동 용매화' 원리 규명
리튬금속배터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두 용매를 섞었더니 오히려 배터리 수명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각각 사용할 때는 리튬이온을 지나치게 강하게 붙잡아 충·방전을 방해하던 용매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리튬이온을 놓아주기 쉬운 상태로 바뀐 것이다. 국내 연구진이 기존 전해액 설계의 통념을 뒤집는 방법으로 차세대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협동 용매화 전해질을 적용한 리튬금속배터리의 성능 비교. 기존 전해질보다 충·방전 수명이 약 3배 늘었으며, 리튬이 음극 표면에 고르게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 발생과 전해질 소모도 크게 줄어 배터리의 안정성이 개선됐다. 연구진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12일 송현곤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와 서동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리튬금속배터리의 충·방전 수명을 약 3배 늘리는 전해액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지난 8월 11일 게재됐다.
리튬금속배터리는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흑연 대신 리튬금속을 음극으로 사용한다. 같은 무게에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차세대 고용량 배터리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금속이 전해액과 불필요하게 반응해 용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특히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높은 전압으로 충전하면 이러한 현상이 심해진다.
부적합했던 두 용매의 반전…리튬 손실 줄여
연구팀은 에틸렌카보네이트(EC)와 설폴레인(SL)이라는 두 용매를 3대 7 비율로 혼합하고 리튬염과 소량의 첨가제를 더해 새로운 전해액을 만들었다.
두 용매는 모두 리튬이온과 강하게 결합해 리튬금속배터리에 사용하기 어렵다고 여겨졌다.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은 자신을 둘러싼 용매 분자를 떼어내고 음극 표면에 금속 형태로 쌓여야 한다. 그러나 용매가 리튬이온을 강하게 붙잡으면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리튬이 불균일하게 쌓이고, 전해액과의 부반응으로 배터리 용량이 줄어든다.
연구팀이 두 용매를 섞자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용매 분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면서 리튬이온을 붙잡는 힘은 오히려 약해졌다. 리튬이온이 용매를 쉽게 떼어내고 음극 표면에 고르게 쌓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협동 용매화'라고 이름 붙였다. 용매화는 용매 분자가 리튬이온을 둘러싸는 현상으로, 두 종류의 용매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리튬이온과의 결합을 조절한다는 의미다.
실험에서도 성능 개선이 확인됐다. 개발한 전해액은 초기 쿨롱효율 98.24%, 평균 쿨롱효율 99.35%를 기록했다. 쿨롱효율은 충전 과정에서 쌓인 리튬을 방전할 때 얼마나 다시 회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충·방전 과정에서 소모되는 리튬이 적다는 뜻이다.
고전압 충전에도 수명 3배…상용화는 추가 검증 필요
연구팀은 개발한 전해액을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양극 배터리에 적용해 성능을 비교했다. 25℃에서 4.5V까지 충전하는 조건으로 시험한 결과, 약 150회 충·방전한 뒤에도 초기 용량의 80%가량을 유지했다.
반면 기존 탄산염계 전해액을 사용한 배터리는 약 50회 만에 초기 용량의 80%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조건에서 충·방전 수명이 약 3배 늘어난 셈이다. 전해액 분해에 따른 가스 발생과 양극에서 니켈이 녹아 나오는 현상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고가의 불소계 용매나 고농도 리튬염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에 사용되는 용매의 조합만으로 배터리 성능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150회 충·방전은 실제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장기간 사용과 다양한 온도, 급속충전 조건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제1저자인 홍진기 연구원은 "결합력이 강한 두 용매를 섞어 오히려 리튬이온과의 결합을 약하게 만드는 것은 기존의 전해질 설계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설계 원리"라며 "리튬금속배터리 외에도 상용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액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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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곤 UNIST 교수는 "고가의 불소계 용매나 고농도 염에 의존하지 않고도 상용 용매를 이용해 전해액 성능을 높였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에 쓰일 고용량 리튬금속배터리를 더 오래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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