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탄소 크레딧으로 발행해 국제적으로 거래하는 '글로벌 고신뢰 탄소시장(GVCM)' 구축에 나선다. 탄소 감축 실적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내 기업이 해외 감축 사업에 참여해 확보한 크레딧을 규제 대응이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제 탄소시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GVCM 세부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GVCM은 기존 국제 탄소시장에서 제기된 신뢰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제 탄소시장이다. 정부는 탄소 감축 사업의 발굴과 지원부터 크레딧 발행, 거래, 국가 간 협력 체계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마련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제 탄소 크레딧 시장은 2030년 70억~350억달러, 2050년 450억~2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10.1 조용준 기자
국가 승인 여부 따라 크레딧 구분…규제 대응부터 ESG까지 활용
GVCM의 핵심은 탄소 감축 사업을 유치한 국가의 크레딧 이전 승인 여부에 따라 크레딧을 구분하는 것이다. 사업 유치국의 이전 승인을 받은 크레딧은 'GVCM A', 승인을 받지 못한 크레딧은 'GVCM NA'로 나눈다. GVCM A는 투자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이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등 규제 대응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기업의 ESG 활동에도 사용할 수 있다. GVCM NA는 기업의 ESG 활동에 활용하도록 하며, 이후 사업 유치국의 상응조정 승인을 받으면 GVCM A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서 확보한 감축 실적을 국내나 국제 규제 대응에 활용하려면 사업 유치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감축 실적을 투자국으로 이전할 경우 투자국과 구매국의 감축 목표에 반영할 수 있지만, 승인을 받지 못하면 감축 실적은 원칙적으로 사업 유치국의 국가 감축 목표에 계상된다. 정부는 참여국이 크레딧 이전 승인을 위해 노력하도록 운영 규정에 관련 의무를 명시할 계획이다.
크레딧 활용 범위도 자발적 시장에 한정하지 않고 규제시장까지 넓힌다.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연계는 크레딧의 신뢰성, 파리협정에 따른 상응조정, 국내 법규상 사업자 참여 요건 등을 충족하는지를 따져 검토한다. 해외에서는 CORSIA 등 규제 대응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
크레딧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도 도입한다. 사업자와 사업 대상 국가·지역, 고유 식별번호, 감축 방법론, 감축량 등 핵심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전체 자료는 일반 데이터베이스에 관리하는 방식이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축 실적의 이중계상과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기록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크레딧 발행은 초기에는 일반적인 전자적 방식으로 진행한다.
거래 기반은 한국거래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소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거래 참여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운영시간과 거래 참여 주체, 외환 관련 규정 등의 제약으로 24시간 거래나 개인·외국인 참여에는 한계가 있어 향후 디지털자산 발행을 병행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개도국 참여 발행기구 구성…해외 감축 사업 발굴
GVCM 운영기구는 이사회와 기술감독위원회, 사무국으로 구성한다. 회원국으로 구성되는 이사회는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기술감독위원회를 감독한다. 기술감독위원회는 크레딧 발행 여부를 결정하며, 개도국이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사업 유치국의 요구와 정책적 입장을 반영한다. 사무국은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가 임시로 맡고, 정식 출범 이후 별도 사무국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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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아시아태평양 탄소시장 협의체(APCMR), GGGI 회원국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참여국을 확보할 계획이다. 세계은행(WB)과 녹색기후기금(GCF) 등 국제기구의 탄소 감축 사업에서 발생한 감축량을 GVCM 크레딧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협의한다. 정부는 올해 참여 희망 국가를 확보하고, 내년 발행기구를 구성해 관련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11월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에서 참여 희망 국가들의 의향을 확인하고, 참여국과 함께 크레딧 발행기구를 구성하는 절차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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