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POSTECH, 선편광으로 일시적 자성 유도 확인
두 원자 진동의 결합이 핵심…차세대 스핀소자 연구 기대
자석의 성질이 없는 반도체에 빛을 비췄더니 일시적으로 자성이 나타났다. 같은 반도체라도 원자층이 하나일 때는 나타나지 않던 현상이 두 층으로 쌓자 관측됐다. 국내 연구진은 그 비밀이 두 원자 진동의 결합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빛으로 물질의 자성을 빠르게 제어하는 차세대 정보처리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물리·광과학과 신동빈 교수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물리학과 김동언 교수 공동연구팀이 자성이 없는 2차원 반도체에 빛을 비춰 일시적인 자성을 유도하고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5일 게재됐다.
두 층으로 쌓은 이셀레늄화몰리브덴(MoSe₂) 반도체에 빛을 비춰 일시적인 자성을 유도하는 원리와 실험 결과. 왼쪽은 자성 유도 개념도, 오른쪽 위는 원자 진동, 오른쪽 아래는 선편광을 비췄을 때 관측된 자성 신호를 보여준다. 연구진 제공
한 층에서는 없던 자성, 두 층에서 나타났다
연구팀이 사용한 물질은 몰리브덴과 셀레늄 원자로 이뤄진 2차원 반도체 '이셀레늄화몰리브덴(MoSe₂)'이다. 원자층이 한 겹인 반도체와 두 겹인 반도체에 각각 빛을 비추고 나타나는 변화를 비교했다.
실험에는 전기장이 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선편광'을 사용했다. 기존에는 주로 전기장의 방향이 회전하는 '원형 편광'으로 전자의 스핀을 제어하는 방법이 연구돼 왔다. 스핀은 전자가 작은 자석처럼 작용하는 성질로, 그 방향을 정보 처리에 활용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상온에서 실험한 결과 한 층짜리 반도체에서는 자성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두 층짜리 반도체에서는 자성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빛의 편광 회전 신호가 뚜렷하게 관측됐다. 외부 자기장이나 원형 편광 없이 선편광만으로도 자성을 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원자들의 움직임에서 찾았다. 두 층이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층간 호흡 진동'과 각 층 내부에서 셀레늄 원자가 움직이는 '신축 진동'이 결합하면서 복합적인 원자 운동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자의 스핀에 자기장이 가해지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해 일시적인 자성이 유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연구팀은 0.9테라헤르츠(THz)의 층간 호흡 진동과 5.1THz의 셀레늄 신축 진동을 확인했다. 이론적으로 예측한 두 진동이 실험에서도 관측되면서 자성 유도 원리를 뒷받침했다.
상온에서도 수십 피코초 지속…초고속 제어 가능성
연구팀은 빛의 세기와 에너지, 반도체의 온도를 바꿔가며 자성 신호의 변화를 분석했다. 빛이 강할수록 자성 신호가 커졌으며, 빛의 에너지가 1.55전자볼트(eV) 부근일 때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반도체 내부에서 전자와 정공이 결합하는 에너지와 일치했다.
온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온도를 낮추면 자성 신호가 약해지고 빠르게 사라졌지만, 상온에서는 원자 진동이 더 강하게 나타나면서 빛을 비춘 뒤 수십 피코초 동안 신호가 지속됐다. 1피코초는 1조분의 1초다.
GIST-POSTECH, 공동연구팀 단체사진. (왼쪽부터) 서민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물리학과 박사, 김한별 GIST 물리·광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생, 신동빈 교수, 김동언 POSTECH 물리학과 교수.
원본보기 아이콘이번 연구는 빛과 원자 진동을 이용해 자성이 없는 물질에서도 일시적인 자성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실제 반도체 소자에서 자성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거나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을 구현한 것은 아니다. 향후 스핀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스핀트로닉스와 초고속 정보처리 기술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신동빈 G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빛이 일으킨 원자 진동과 층 사이의 상호작용이 자성을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성과"라며 "특히 원자 진동을 매개로 빛과 물질의 스핀을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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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 POSTECH 교수는 "이론적으로 예측한 자성 유도 현상을 실제 2층 반도체에서 확인하고, 원자 진동과 자성 신호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며 "이번 결과가 빛과 원자 진동을 이용해 물질의 자성을 제어하는 연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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