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 확정했지만
핵잠·원자력 등 안보 협상 진전 더뎌
국정원 배제·정보공유 제한 논란 부각
여권 "美 요구만 쌓일 수도"
대미 전략 재정비 필요성

한미가 대미 전략투자 이행에 첫발을 뗐지만 정작 한국이 기대했던 안보 분야 협상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대북 정보공유 제한과 국가정보원 배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미 협상 전략에도 차질이 생기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제적 요구에 응하면서도 안보 분야에서는 상응하는 성과를 확보하지 못한 채 새로운 갈등 요인까지 떠안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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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지난 1일 223억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대미 전략투자 1호 프로젝트로 확정했다.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가 구체적인 사업 추진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토대로 투자 이행의 물꼬를 튼 만큼 그동안 지연됐던 핵추진잠수함, 우라늄 농축·재처리 등 안보 현안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양국 정상 간 합의의 후속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안보 분야의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양국 정보당국 간 불협화음이 잇따라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서 미국 측 요구로 국정원이 배제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의 일부 대북 정보공유 제한 조치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일부 정보공유 제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국의 공개적인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미 행정부는 최근 한미 정보협력 상황과 관련한 질의에 "우리는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정보·방첩 분야를 특정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양국 정보당국의 불협화음이 불거진 상황에서 동맹의 신뢰 기준을 거론한 셈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2일 "우리는 대미투자 약속을 이행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에서 돌아오는 답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안보 분야의 협상 진전은 없는 상황에서 정보협력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어 미국의 요구에 사안별로 대응하다가는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얻지 못한 채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정보 분야의 불신 문제가 통상 협상 과정에서도 거론됐다는 의혹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대미투자를 협의하면서 국정원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신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정부는 이를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통상과 정보·안보 현안을 연계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지연 문제까지 겹쳤다. 정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미국 현지 국정감사를 앞두고 비자 발급이 지연되자 방문지를 유럽으로 변경했다. 국민의힘은 잇따른 사안을 한미 간 신뢰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징후라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가 직면한 근본적인 과제는 개별 논란보다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미국과의 협상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대미투자 이행을 통해 통상 갈등을 봉합하고 안보 협상으로 논의를 확장하려 했지만, 미국은 태도를 바꿔 투자 이행과 안보 현안을 별개의 협상 대상으로 다루는 분위기다. 한국의 이행 부담은 구체화하는 반면 미국으로부터 확보해야 할 안보 분야의 성과는 여전히 협상 과제로 남은 셈이다.


대미투자→안보협상? 정보 신뢰 문제 띄운 美…꼬이는 靑 셈법 원본보기 아이콘

이 때문에 통상과 외교·안보 현안을 포괄하는 대미 협상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추가 요구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협력 문제가 안보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부처 간 대응을 넘어선 청와대 고위급 인사가 나서 담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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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소식통은 미국 중간선거까지 미국 측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제는 미국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뿐 아니라 한국이 이미 약속한 대미투자를 지렛대로 한미 현안의 잡음을 줄이고, 어떤 안보 성과를 확보할 것인지에 협상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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