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할로자임 특허, 효소 자체가 대상"
변호사 "약 성분·제형 바꿔도 특허 회피 어려워"
파트너사로 분쟁 확산 우려…대응 점검 필요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제형 기술을 둘러싼 특허 분쟁이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SC(미국 제품명 키트루다 큐렉스)를 넘어 다른 글로벌 제약사 제품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네덜란드 법원이 완제품이 아닌 알테오젠의 효소 'ALT-B4' 자체를 기준으로 특허 침해를 판단하면서, 같은 효소를 사용하는 다른 의약품도 유럽에서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품. 미국 제품명은 '키트루다 큐렉스'. MSD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품. 미국 제품명은 '키트루다 큐렉스'. MSD

AD
원본보기 아이콘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할로자임이 MSD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본안소송에서 재판부는 7일(현지시간) 할로자임의 특허가 약이 아닌 효소 자체를 보호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알테오젠의 효소 ALT-B4가 들어간 키트루다SC가 특허를 침해한다고 보고 판매 금지를 명령했다.

앞서 할로자임은 '보존제 속에서도 잘 버티는 효소' 특허를 근거로 키트루다SC 판매 금지를 요구했고, MSD는 키트루다SC에는 보존제가 없어 무관하다고 맞서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보존제 유무와 상관없이 알테오젠의 효소 ALT-B4가 특허 조건에 해당하면 침해라고 판단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특허 전문인 A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핵심은 법원이 효소 자체를 보호하는 할로자임의 청구범위를 넓게 해석하면서도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ALT-B4가 그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효소 자체의 안정성을 비교한 실험을 근거로 삼았다. 할로자임이 한국 연구소에 의뢰한 실험에서 보존제에 4시간 노출한 뒤 알테오젠의 효소 제품 테르가제는 기능의 92.76%를 유지했고, 할로자임 제품은 44.90%에 그쳤다. 법원은 이 결과를 근거로 ALT-B4가 특허가 요구하는 보존제 안정성을 갖췄다고 봤다.

이번 판단이 유지되면 ALT-B4를 쓰는 다른 파트너사 제품으로도 할로자임의 침해 주장이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판결문을 살펴본 A 변호사는 "배합하는 항체나 최종 제형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는 이 특허를 회피하기 어렵다"며 "기존 계약의 특허분쟁 대응 의무와 비용·손해배상 부담, 출시 지연 시 처리 조항을 점검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테오젠은 현재 글로벌 제약사 10곳과 ALT-B4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파트너사들은 '엔허투', '듀피젠트', '젬퍼리' 등에 ALT-B4를 적용하는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임상 단계여서 당장 소송 대상은 아니다. 다만 SC 제형 변경은 개발 기간이 짧아, 할로자임 특허 만료(2032년 12월) 전 유럽에 출시되는 제품은 키트루다SC처럼 같은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른 판매금지 명령은 유럽 8개국에 적용되며, 항소해도 효력이 유지된다. 다만 네덜란드를 제외한 7개국은 해당 국가 법원이 1심에서 특허 무효 판결을 내리면 금지 효력이 사라진다.


A 변호사는 "1심은 무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권리 범위가 넓은 특허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기술이 명세서에 충분히 담겼는지는 후속 절차에서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연방특허법원은 이 특허가 유효하다는 잠정 의견을 이미 냈다. MSD는 프랑스·덴마크·스웨덴·스위스에서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MSD가 할로자임 특허 무효심판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무효심판은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PTAB)이 특허가 애초에 유효한지만 따지는 절차다. 침해 여부와 판매 금지는 법원이 판단한다. 뉴저지연방법원은 할로자임이 지난해 4월 제기한 침해 소송을 올해 8월 중지했다. 특허심판원이 무효로 확정한 특허는 법원 소송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변수는 유럽 각국의 무효소송과 항소심이다. 독일 가처분 항소심은 11월19일 열리고, 뉴저지 법원은 11월23일 소송 재개 여부를 논의한다. MSD는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D

파트너사 제품이 특허 만료 시점 전에 유럽에서 출시되는지도 관건이다. 알테오젠은 ALT-B4 사업이 특정 제품이나 지역에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