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고부가차 전략으로 수익성 강화
국내 125조원 투자·로봇 사업 확대
노사 협력·미래 사업 수익화는 과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6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아우르는 전동화 전략,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 확대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수익 기반을 강화했다. 글로벌 판매 3위 완성차그룹으로 자리 잡은 현대차그룹은 이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미래 사업을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하고 산업 전환기에 맞는 노사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취임 이후인 2022년 글로벌 완성차그룹 판매량 3위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빅3' 지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매출은 300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으로 처음 폭스바겐그룹을 앞질렀다. 올해도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2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수익성 경쟁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성장 배경에는 시장 변화에 맞춘 전동화 전략과 수익성 중심의 차종 구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주도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자 하이브리드차 라인업과 생산을 확대했다. 전기차에만 집중하기보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함께 운영하며 시장별 수요 변화에 대응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36만3000대, 기아는 47% 늘어난 31만6000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가 판매와 수익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수익성이 높은 차종도 성장에 기여했다. 정 회장이 브랜드 출범 초기부터 육성해 온 제네시스는 올해 1월 글로벌 누적 판매 15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는 약 176만대로, 전동화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 기반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 제조 넘어 로봇·AI로 사업 확장
정 회장은 기존 자동차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미래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자율주행 기업 모셔널을 설립했고, 2021년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보틱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2022년부터는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차량 제조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로봇을 새로운 성장 분야로 키우기 위한 투자다.
최근에는 로봇을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열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자동차 제조 작업을 학습하고 검증하는 시설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현지 공장에서 아틀라스를 부품 서열 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에는 조립 작업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실제 생산 현장에서 로봇의 작업 능력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 기반을 강화하고, 웨이모와는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구글 딥마인드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HMGMA에서도 AI와 로봇, 자동화 기술을 결합한 미래 제조 체계를 실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AI 공장 등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8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에서 KIA의 전기차 PV-5에 올라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국내 125조원 투자·미국 생산 기반 강화
미래 사업 전환을 뒷받침할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AI와 SDV,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사업과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산업 전환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표 사업인 새만금 AI 밸리에는 2029년까지 9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로봇과 AI, 수소 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성장 거점을 구축해 미래 산업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영남권에도 향후 10년간 42조원을 투자해 AI 제조 혁신과 자율주행, 미래 항공·우주, 에너지 인프라 등을 육성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260억달러 규모의 전략 투자를 바탕으로 현지 사업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제철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열었다. 총 58억달러가 투입되는 사업으로, 철강부터 부품과 완성차로 이어지는 현지 자동차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지 생산을 확대해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수소 분야에서도 수소 비즈니스 플랫폼 'HTWO'를 중심으로 생산과 공급, 활용을 아우르는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노사 갈등·미래 사업 수익화는 숙제
미래 사업의 성과를 입증하는 것은 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AI와 로봇 기술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산성 향상과 고객 가치,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만큼 피지컬 AI 사업의 상용화 시점과 수익 모델을 구체화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동시에 관세 등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할 현지화 전략도 필요하다.
노사 관계도 주요 변수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난항으로 2016년 단체교섭 이후 10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따른 누적 매출 차질액은 2조3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AI와 로봇 도입으로 생산 방식이 바뀌는 과정에서 노사 간 협의와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미래 경쟁력과도 맞물려 있다. 새로운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고용과 작업 방식의 변화를 둘러싼 갈등을 줄이고 조직의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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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판매 규모를 키우고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동차 제조를 넘어선 사업 영역을 개척해 왔다. 앞으로는 전동화와 고부가가치 차종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피지컬 AI를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고, 조직의 실행력을 뒷받침할 노사 협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정 회장 체제의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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