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무엇이 '핵심 인프라'인지 정확히 파악부터
전염 채널 이해·핵심 서비스 업무 연속성 확보해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공격이 토큰화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 전반의 핵심 인프라를 노릴 경우, 글로벌 금융의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금융 당국은 위기 후 사후 수습에 나섰던 과거와 달리 훨씬 더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이 시스템적으로 '핵심 인프라'인지 정확히 파악해 전염 채널을 이해하는 일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Athanasios Vamvakidis) IMF 통화자본시장국 부국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 토큰화 챕터 공개 행사 후 열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Athanasios Vamvakidis) IMF 통화자본시장국 부국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 토큰화 챕터 공개 행사 후 열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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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Athanasios Vamvakidis) IMF 통화자본시장국 부국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 내 '토큰화의 확대: 새로운 효율성과 취약성' 챕터 발표 행사 후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신기술은 늘 편익과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AI는 조금 다른 차원"이라며 "과거에는 위기가 터졌을 때 규제·감독 당국이 사후 수습에 나섰다면, 이제는 훨씬 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당국 역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에 배석한 카이오 폰세카 페레이라(Caio Fonseca Ferreira) IMF 금융감독·규제 부부장과 곤살로 페르난데스 디오니스(Gonzalo Fernandez Dionis) 선임 금융전문가 역시 AI를 통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당국 대응이 종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봤다. 페레이라 부부장은 "토큰화가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체 금융 시스템에 핵심적인 인프라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핵심 인프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이버 공격이나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커질 수 있다"며 "당국은 무엇이 시스템적으로 '핵심 인프라'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소수의 클라우드 제공 업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 동일한 소프트웨어 사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정 개별 소프트웨어에 결함이 생기면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전염 채널을 이해하고 핵심 서비스 제공자의 업무 연속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오니스 금융전문가는 "블록체인 기술의 경우 모든 노드가 거래 내역 공유 원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노드가 공격받더라도 나머지 노드가 원장과 거래 기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며 "리스크 증가와 함께 기술적 구조 설계에 따른 리스크 완화 가능성 역시 커진다"고 짚었다.

카이오 폰세카 페레이라(Caio Fonseca Ferreira) IMF 금융감독·규제 부부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 토큰화 챕터 공개 행사 후 열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카이오 폰세카 페레이라(Caio Fonseca Ferreira) IMF 금융감독·규제 부부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 토큰화 챕터 공개 행사 후 열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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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키디스 부국장은 금융자산 토큰화를 통한 시장 반응 속도 가속화를 '양날의 검'이라고 봤다. 국가 간 결제 속도를 크게 높이고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등 시장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지겠지만, 리스크 역시 더 빠르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사태가 매우 빠르게 악화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 규율이 더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며 "규제 당국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했을 때 뱅크런을 유발한 근본 원인이 기술인지 다른 원인인지를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춘 변화를 뒤로 미룰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토큰화 자체가 뱅크런의 주원인은 아니라고 봤다. 단순히 토큰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다. 해당 프로젝트는 "AI는 (앞서 언급된 위험뿐 아니라) 특정 금융기관의 건전성 소문을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자금 이전을 제안할 수도 있다"며 "당국은 (뱅크런 등)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 방지하는 한편, 건전성 프레임워크에 내재된 이탈률(run-off rates) 기준을 조정하는 등 변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은의 '프로젝트 한강', '아고라' 등 디지털화폐 프로젝트에 대해선 "지급결제가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 구축이므로 중앙은행이 이 프로세스의 중심에 서는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또 IMF 보고서가 강조하는 두 가지 핵심인 '토큰화 지위에 대한 규제적 명확성'과 '안전하고 확장 가능한 중앙은행 화폐 기반 결제 자산의 가용성' 측면에서 잘 부합한다고 봤다.


토큰화된 자산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는 적절한 규제 프레임워크와 시스템 디자인 선택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페레이라 부부장은 "토큰화된 자산 역시 근본적으로는 증권으로, 전통 증권에 적용되는 광범위한 규제 틀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이것만으로도 대다수의 규제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많은 국가에서 무허가형 블록체인상의 거버넌스를 고민한다. 전통 증권 규제는 명확한 책임 주체(기업)를 지정하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이게 어렵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방지, 다양한 디지털월렛 관리 등에 대한 제도적 미세조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의 한계를 시장과 함께 테스트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곤살로 페르난데스 디오니스(Gonzalo Fernandez Dionis) 선임 금융전문가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 토큰화 챕터 공개 행사 후 열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곤살로 페르난데스 디오니스(Gonzalo Fernandez Dionis) 선임 금융전문가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 토큰화 챕터 공개 행사 후 열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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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토큰화에 따라 외환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다만 그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밤바키디스 부국장은 "리테일 투자자들이 외환 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되고 일시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다"면서도 "전 세계 외환 시장의 일일 거래량은 약 7조달러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에, 토큰화 자체가 외환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주도하는 핵심 동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큰화를 통한 해외자산 접근도 결국 규제 당국을 거치게 되므로, 유출입이 과도해질 경우 당국의 조치 역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통화당국은 토큰화로 인한 외환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밤바키디스 부국장은 "자본 유출입으로 인한 환율 오버슈팅은 통화정책 스탠스에 영향을 주며, 일부 신흥국에서는 달러화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디지털화폐 시대에는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지키기 위해 자국의 경제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토큰화 실물자산(RWA) 시장은 지난 7월 기준 65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장이 미국에 집중돼 있고 소재지가 공개되지 않은 발행자 비중도 높아 규제 차익이나 투명성 저해 가능성이 있다고 IMF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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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토큰화 시장 확산에 주목해 이번 분석을 GFSR에 별도 챕터로 수록했다. IMF의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는 매년 4월과 10월 발간된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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