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정 정년 60세 유지하며 65세까지 고용 확대
재고용·직무별 차등 보상 활용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높이기보다 기업이 정년 이후 근로자의 직무와 역할을 재설계하고, 청년 고용과 기업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11일 발표한 '일본의 정년연장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이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면서 재고용 등을 통해 65세까지 고용 기회를 확보해 온 과정을 소개했다. 경총은 지난 3월 일본 후생노동성,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와 현지 기업을 방문해 관련 제도의 도입 배경과 운영 현황을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00년 65세까지의 고용 확보를 노력 의무로 규정한 데 이어 2004년 법 개정을 통해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기업은 정년 연장, 계속고용 제도 도입, 정년 폐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06년부터 고용 확보 조치의 의무 적용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였고, 2013년에는 희망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의무화했다. 경과조치를 거쳐 2025년부터 전면 적용됐다.
일본이 제도 확대 과정에서 기업의 선택권과 유예기간을 둔 배경에는 당시 청년 고용난이 있었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취업 빙하기'에 청년층의 취업 여건이 악화하면서 고령자 고용 확대와 신규 채용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기업의 부담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재고용 대상자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업의 인력 운용 여지를 남겼다.
고령자 고용에 따른 부담은 노사정이 나눠 맡았다. 근로자는 정년 직전보다 낮은 임금을 수용했고, 기업은 재고용과 함께 직무·임금체계를 조정했다. 정부는 '고연령고용계속급부'를 통해 재고용 근로자의 임금 감소분 일부를 지원했다. 2010년 일본 재고용 근로자의 임금은 정년 직전 임금의 평균 68.4% 수준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정년 이후에도 고령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직무와 보상체계를 바꿨다. 보고서에 소개된 A기업은 연공급 비중을 낮추고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 차등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재고용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활용하고, 전문성과 성과에 따라 보상하도록 했다. 기존의 업무 보조·후진 양성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직급체계도 개편했다.
B기업은 정년을 앞둔 근로자와 여러 차례 면담해 건강 상태와 전문성, 조직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재고용 직무를 정하고 처우를 조정했다. 정년 이후에도 일률적으로 같은 업무를 맡기기보다 개인의 역량과 기업의 수요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경총은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의 정년연장 논의에서도 청년 고용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 임금체계 개편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공급과 고용 경직성이 유지된 상태에서 법정 정년만 높이면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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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정년만 일률적으로 연장할 경우 그 부담은 청년 고용 위축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 논의에서 벗어나 청년 고용과의 충돌을 줄이고 기업의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재고용 중심의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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