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병원 75% "전문의 부족"…절반은 "4년 내 진료 위기"
소아청소년병원협회, 전국 71곳 병원 실태조사
10곳 중 7곳은 전문의 채용에 6개월 이상 걸리거나 실패
간호사 채용난 호소 87%…야간·휴일 진료 축소 잇따라
지역 소아필수의료를 떠받치는 소아청소년병원들이 심각한 의료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병원 10곳 중 7곳 이상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했고, 전문의 채용에 6개월 이상 걸리거나 여전히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회원병원 71곳(수도권 22곳·충청권 12곳·영남권 22곳·호남권 1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아청소년병원 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 병원의 74.6%인 53곳은 현재 진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문의 수보다 실제 인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지원자가 없다'는 응답이 86.8%(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야간·휴일·입원 근무 기피(71.7%)', '지원자가 요구하는 급여를 감당하기 어려움(58.5%)' 등이 꼽혔다.
이에 따라 전문의 채용난도 장기화하고 있다. 최근 3년 내 전문의 채용을 시도한 병원은 68곳이었지만, 이 가운데 6개월 안에 채용을 마친 곳은 19곳(27.9%)에 그쳤다. 1년 이상 걸린 병원은 11.8%였고, 22곳(32.4%)은 아직도 채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건비 부담도 커져 최근 5년 사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인당 급여가 30% 이상 오른 병원은 57.7%에 달했다. 전문의 확보 경쟁이 심해지면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지만,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봉직 전문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0~52시간이 52.1%로 가장 많았지만, 대표원장은 43.7%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있었다. 대표원장 중 주 70시간을 넘게 근무하는 비율도 9.9%였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 병원들은 그 이유로 야간·휴일·입원 진료 유지(96.8%)와 전문의 채용 실패에 따른 인력 부족(64.5%) 등을 들었다.
인력난은 이미 진료 축소로 이어지고 있었다. 최근 3년간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를 줄이거나 중단한 병원은 43곳(60.6%)이었다. 야간 진료 축소·중단(33.8%)이 가장 많았고, 외래 진료시간 단축(29.6%), 휴일 진료 축소·중단(28.2%), 입원 병상 축소(23.9%) 등이 뒤를 이었다. 입원 진료를 아예 중단한 병원도 1곳 있었다.
간호인력 사정도 다르지 않아 간호사 현황을 답한 병원 57곳 가운데 71.9%는 현재 간호사 수가 필요 인원보다 적다고 답했다. 간호사 채용이 어렵다는 병원도 전체 응답의 87.3%였다. 채용이 어려운 이유로는 소아청소년과 기피(87.1%), 야간·교대 근무 부담(54.8%), 높은 업무 강도(54.8%), 업무에 비해 낮은 임금(38.7%) 등이 꼽혔다.
의료진 고령화에 따른 세대교체 문제도 드러났다. 응답 병원에서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13명 중 40대가 34.5%, 50대가 31.6%였다. 반면 30대는 16.0%로, 60대 이상(17.9%)보다 적었다. 대표원장 가운데 60대 이상 비율도 31.0%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응답 병원의 52.1%는 현재 인력과 채용 여건이 유지되면 '4년 안에 야간·휴일·입원 진료를 포함한 현행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2년 미만'이라고 답한 병원도 28.2%였다.
회원 병원들의 건의 사항(49건) 중에서는 '진료수가 개선'이 3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건비·인력 확보 재정 지원(8건)', '전공의·전문의 배출 확대(7건)', '의료진 보호와 법적 안전장치 마련(5건)' 순이었다. 협회는 구체적으로 ▲야간·휴일·입원 진료를 유지하는 소아청소년병원에 대한 별도 보상 ▲소아 진료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 ▲소아병동의 간호 필요도를 반영한 간호인력 기준과 지원을 요구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소아청소년병원은 소아의료의 허리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조사 결과에서 보듯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정부가 제도적 안전장치와 지원책 마련을 미룬다면 지역 소아필수의료는 머지않아 제 기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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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균 협회 학술이사(광주 남구 미래아동병원장)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뿐 아니라 간호사도 보호자 민원 부담 등으로 구하기 힘든 것이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의 현주소"라며 "기존 의료진의 피로 누적,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 압박 등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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