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라 프레젠테이션서 국내 첫선
14회차 만에 촬영 마쳐
연상호 감독이 신작 '실낙원'을 통해 인공지능(AI) 시대의 인간성을 탐구한다. 실상과 허상 사이에서 끝내 메워지지 않는 공백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조명한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국내에 처음 공개된 이 영화는 아들을 잃은 엄마 소영(김현주)의 이야기다. AI로 구현된 아들에 기대어 살아가다 9년 만에 아들 선우(배현성)와 재회한다. 소영에게 밀려오는 감정은 반가움보다 낯섦과 불안이 앞선다. AI가 실제보다 더 한결같기 때문이다.
낯섦의 정체는 단절이다. 연 감독은 10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인간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I는 이 조건에 맞게 설계됐지만, 9년 만에 돌아온 아들에게는 그 이음매가 비어 있다. 그래서 눈앞의 사람이 선우가 맞는지 의심이 싹튼다.
연 감독은 AI의 반대편에서 인간의 특성으로 불완전함과 이해할 수 없음, 고립됨을 부각한다. 이 시선의 출발점이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이었다. 연 감독은 "인간이 선악과를 먹고 낙원에서 쫓겨나는 게 인류가 인류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야기의 뼈대는 따로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쓴 세 쪽 분량의 에피소드다. 말릴 수 없을 만큼 나쁜 짓을 하고 다녀도 사랑을 거둘 수 없는 아들을 둔 엄마의 사연이다. 연 감독은 이를 원안으로 2020년 '펑크'라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이후 배경을 캐나다와 미국 사이 국경의 가상 마을로 옮겨 다시 쓴 '블랙 인페르노'는 오성은 작가의 소설로 나왔다. 세 번째 버전인 '실낙원'에서 이야기는 AI 시대로 건너왔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단독]"네 번이나 경고했잖아"…LH 행복주택 욕실...
촬영은 14회차 만에 끝났다. 통상 장편영화가 50회차 이상 찍는 점에 비추면 빠듯했다. 하지만 주연한 김현주는 "오히려 몰입도 있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연기하기보다 소영 그 자체를 표현하려 했다"며 "매일 촬영이 이어져 그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 듯하다"고 돌아봤다. '실낙원'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