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발표 12시간 만에 판매 급증…교보문고도 138배
'빨강의 자서전' 367배 뛰며 주요 서점 판매 1위
'녹스'·'남편의 아름다움'까지 상위권…국내 번역서 9종 주목
출판사 재고 소진에 긴급 재쇄…한글날 연휴 지나 공급 재개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했던 빨간 괴물이 한국 서점가를 집어삼켰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캐나다 작가 앤 카슨(76)의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 이야기다. 수상 발표 직후 이 책의 판매량은 367배 급증했고, 카슨의 작품들은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었다. 주문이 폭주하면서 출판사 재고까지 바닥났다.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앤 카슨의 작품들이 진열돼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카슨의 "고전적 전통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현대 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 낸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인정해 그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앤 카슨의 작품들이 진열돼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카슨의 "고전적 전통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현대 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 낸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인정해 그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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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출판계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8일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12시간 동안 예스24에서 판매된 카슨의 도서는 전날 같은 시간대보다 약 184배 늘었다. 교보문고에서도 8일 오후 8시부터 9일 오전 9시까지 판매량이 전날 동시간대 대비 138.1배 증가했다. 발표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내 출판시장에서 노벨문학상 특수가 본격화한 것이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작품은 '빨강의 자서전'(한겨레출판)이다. 예스24에서 이 책의 판매량은 수상 발표 전보다 367배 뛰었다. 8일 기준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일간 베스트셀러 1위를 동시에 차지했으며, 9일 정오까지도 교보문고 실시간 판매 순위 정상에 올랐다.


다른 작품들도 잇따라 상위권에 진입했다. 교보문고에서는 '녹스'(봄날의책)와 '남편의 아름다움'(한겨레출판), '에로스, 달콤씁쓸한'(난다) 등이 높은 판매 순위를 기록했다. 알라딘에서도 9일 오전 카슨의 작품들이 실시간 베스트셀러 1~4위를 차지했다.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는 주문이 몰린 일부 도서가 예약판매로 전환됐다.

특히 '빨강의 자서전'은 카슨의 문학적 실험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괴물 게리온을 현대의 상처받은 소년으로 되살렸다. 영웅의 승리가 아니라 괴물의 삶을 중심에 놓고 사랑과 상실, 성장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의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카슨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함께 주목받는 '녹스'는 세상을 떠난 오빠를 추모하며 만든 실험적인 작품이다. 편지와 사진, 기록물 등을 결합해 상실의 기억을 더듬는다. '남편의 아름다움'은 결혼과 배신, 사랑의 소멸을 장편 서사시 형식으로 다뤘다. 세 작품 모두 전통적인 소설의 문법에서 벗어난 형식이 특징이다.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이용객들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앤 카슨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이용객들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앤 카슨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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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슨은 시인이자 고전학자, 번역가로 고대 그리스 문학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8일(현지시간) 그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고전적 전통과의 유희적인 대화를 통해 현대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선정 이유로 밝혔다.


현재 국내에 번역 출간된 카슨의 저서는 모두 9종이다. 난다가 '에로스, 달콤씁쓸한', '짧은 이야기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플레인워터' 등 4종을 펴냈고, 한겨레출판은 '빨강의 자서전', '남편의 아름다움', '레드 닥' 등 3종을 출간했다. 봄날의책에서는 '플로트'와 '녹스'를 선보였다.


갑작스러운 주문 폭증에 출판사와 서점들은 물량 확보에 나섰다. 난다의 유성원 사업부장은 수상 발표 이후 주문이 몰려 보유 재고가 소진됐다고 밝혔다. 한글날 연휴로 인쇄소가 쉬는 만큼 12일부터 재인쇄와 배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교보문고도 9일 오전 광화문점에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매대를 마련했지만, 확보한 물량이 부족해 진열에 어려움을 겪었다. 준비한 책 대부분이 오전 중 판매되면서 추가 입고분을 수시로 채우는 상황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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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의 후속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겨레출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카슨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며 독자들의 관심에 대응하고 있다. 난다는 카슨의 초기작 4종을 번역한 황유원 시인과 함께 작품을 깊이 읽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예스24와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들도 특별 페이지와 수상 축하 이벤트를 마련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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